대학평가 구조가 걸림돌

 

대교협 ‘전임교원수’만 정량평가

‘고용안정성’ 없어 비용절감 수단

정부 ‘근로자 판단 유보’ 손 놓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들이 현행법상 ‘교원’으로 분류되면서 고용보험·최저임금 등 노동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반복 계약과 저임금에 놓여 있는(6월10일자 7면 보도)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여부나 고용 안정성이 애초부터 대학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데다, 평가 권한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간 뒤엔 제도 개선 요구가 나와도 정부가 직접 손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세전 연봉 1306만원, 계약날에 알아” 김포대 무권리 교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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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건강보험 등 각종 공제를 제외한 실수령액 기준이다. 연봉은 세전 1천306만원, 문제는 이조차도 사전에 명확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는 “연봉이 낮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금액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에야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2388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행 고등교육법은 전임교원을 정년 보장 여부와 무관하게 ‘교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정년트랙 교수도 형식상 정년교원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지만, 실질 처우는 크게 다르다. 상당수 비정년 전임교원은 일반교원에 준하는 근무를 하는 한편, 임금은 연 1천만원대에 불과한 경우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이유로 인사 개입에 소극적이고, 고용노동부는 ‘교원’이라는 이유로 근로자성 판단을 유보한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법·고용보험법 적용조차 받지 못하는 회색지대에 놓인 셈이다.

‘교원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다’는 원칙은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에게는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정년트랙 교원은 동일한 강의·행정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안정성과 보상을 담보받지 못한다. 교원도 노동자도 아닌 중간지대에 머물며 이중 배제를 겪는 셈이다.

문제는 대학 평가 체계와도 맞물려 있다. 현재 대학 구조조정과 평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주도하고 있으나, 대교협의 평가지표는 ‘전임교원 수’를 단순 정량 지표로 삼는다. 정년 여부나 고용 안정성은 평가 항목에서 배제돼 있어 대학은 정년 없는 전임교원을 늘려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년 교원을 고용하는 식으로 전임교원 수를 늘려 평가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 2023년 대학평가 권한이 교육부에서 대교협으로 일원화된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대교협은 민간 협의체이므로 공공기관처럼 정책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받지 않고, 교육부 역시 ‘평가 주체가 아니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평가가 대학의 재정 지원과 구조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가지표가 바뀌지 않으면 대학의 고용 구조도 바뀌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대교협의 평가 구조가 제도 개선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비정년 교수 문제를 다뤘던 한 국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단순 수치 중심의 평가가 계속되는 한 대학이 고용형태를 바꿀 유인이 없다”며 “평가지표가 달라져야 처우 개선도 가능해진다”고 짚었다.

대교협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지표 개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2026년 4주기 평가 지표 등은 지난해 대학에 이미 안내됐고, 정년·비정년을 구분하는 것은 참고용”이라며 “현장의 문제 제기는 알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개선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