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꾸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우리 동네 용감한 아줌마 이야기
풀 정리·대로변 시설물 위치 변화
평범한 시민 최상의 해결안 제시
‘시민상’ 이런분들 찾아 시상 마땅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생각처럼 세상이 바뀌기는 하는 건가? 그런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창한 질문처럼 받아들였다면 미리 양해를 구한다. 좁히고 좁혀서 우리가 사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다. 거리에서, 공원에서, 장 보러 나선 길에, 산책 중에, 누구라 할 것 없이 무심코 지나치는 세상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발견한 문제의 시정을 요구하는 용감한 민원인 아줌마(들)에 대한 이야기다.
대로변 사거리 코너 부분에 놓여있던 전기 시설물의 위치가 운전자의 시선을 방해하여 횡단보도상의 시민 안전을 위협하며, 미관상 좋지 않으니 보도 후면으로 자리를 이동케 요청하기. 대로변에 위치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장 외곽 정원에 제초 시기를 놓쳐 웃자란 풀을 정리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하여 말끔하게 변화시키기. 동네 어린이집 유아들이 놀러 나오는 쌈지공원에 손발을 씻거나 급한 용변 볼 곳이 없어 불편하니 수도시설과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 여름 장마철이면 배수가 되지 않아 물바다가 되는 보도를 정비해달라는 민원을 통해 정상화시키기. 헤아리는 게 무모하리만큼 수많은 민원 접수를 통해 이들이 이뤄낸 성과는 차고 넘친다.
이들을 조금 거창하게 포장하면, 미국의 저명한 도시 활동가이며 사상가로 칭송되는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1916~2006)의 키즈라 할 만하다. 1950~1960년대 그녀는 도시 건설의 마초들로부터 ‘한 줌의 아줌마’라는 조롱조의 비난을 견뎌내며 ‘거리의 눈’을 재발견한 위인으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1961)이라는 책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와 개발지상주의의 도시계획, 도시의 쇠퇴 등에 관심을 피력하며 삶의 현장을 지켜낸 장본인이다. ‘도시의 미래 운명은 기존 주민의 생태환경을 여하히 보존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적시한 그녀는 일찍이 자동차 문화의 도시에 대응하여 주민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주창한 바 있다.
다시, 오늘의 화제로 돌아가자. 60대 중반에 이른 우리 동네 아줌마 두 분이 주인공인데, 평범한 가정주부이며 어머니이며 아내로서 마치 투명인간과도 같이 살아가는, 법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도시 공간 시스템의 온갖 잘못된 편린들에 눈을 맞추고 평범한 시민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해결 방안을 찾는다. 이들의 도구는 휴대전화기에 설치한 ‘안전신문고’ 내 ‘생활불편신고’ 앱이다.
걷다가 문제점을 발견하면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장을 포착하고, 관련 자료를 검색하여 논리적 기반을 만들어 민원을 접수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다. 무신경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내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잠자는 주민 의식을 깨우는 이타적 계몽 효과를 증대하는 일이라 하겠다.
해마다 각급 지자체 단체장들의 이름으로 알음알이 ‘시민상’을 주고 있는데, 음지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에 애쓰고 있는 이런 분들을 찾아내어 시상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