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파주시 탄현면 대동리에서 만난 곽모(85) 할머니. 곽 할머니는 “대남 소음 공격에 밤이고 낮이고 이어진 아주 끔찍한 소리에 잠에서 깬 채로 밤을 꼬박 보내는 날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소리가 멈춰 평화롭고 다시 살기 좋은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12일 오후 파주시 탄현면 대동리에서 만난 곽모(85) 할머니. 곽 할머니는 “대남 소음 공격에 밤이고 낮이고 이어진 아주 끔찍한 소리에 잠에서 깬 채로 밤을 꼬박 보내는 날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소리가 멈춰 평화롭고 다시 살기 좋은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사람 살기 좋은 마을로 다시 돌아가길 바랍니다.”

12일 오후 파주시 탄현면 대동리에서 만난 곽모(85) 할머니는 전날 밤 모처럼 편한 잠을 잤다고 했다. 울음소리와 쇠 긁는 소리 등 섬찟한 소음을 내뿜으며 지난해 7월부터 쉴 새 없이 이어져 온 북한의 대남 방송이 들리지 않아서다. 곽 할머니 마을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해 있다. 그는 “밤이고 낮이고 이어진 아주 끔찍한 소리에 잠에서 깬 채로 밤을 꼬박 보내는 날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소리가 멈춰 평화롭고 다시 살기 좋은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화누리 대동리 마을안내도.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평화누리 대동리 마을안내도.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선언하자 이에 호응하듯 북한이 대남 방송을 멈추면서 그동안 소음피해를 겪어온 접경지역 주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 대통령실은 남북 관계 회복과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이날부터 내지 않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우리)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접경지 주민들은 이 정부가 출범과 함께 북한에 뻗은 평화 제스처가 일상의 회복을 위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동리 주민 정모(73)씨는 “매일같이 피해를 본 주민들이 보호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지자체에 요구했는데 그동안 제대로 바뀌는 게 없어 답답했다”며 “바뀐 정부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라며, 그것이 주민들이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민간인통제선 안의 마을인 ‘통일촌’의 커뮤니티센터장 박경호씨는 “(소음 공격으로) 정말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지경인데, 이제라도 정부가 주민들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대화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평화로 698번길인 연천군 은대3리 마을회관.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 중지에도 여전히 우려를 지우지 못하며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정부가 실속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평화로 698번길인 연천군 은대3리 마을회관.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 중지에도 여전히 우려를 지우지 못하며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정부가 실속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다만 화해와 대립으로 반복돼온 질곡의 남북관계를 몸소 느껴온 일부 주민들은 북한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이날 연천군 전곡읍 은대3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김모(80)씨는 “(남북) 대화가 계속해서 잘 되면 좋을텐데, 북한은 도와줘도 마음을 바꿔 등을 지지 않았느냐”며 “지금의 조치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지역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실속 있는 대화를 (북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앞서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이유로 지난해 6월 9일, 약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북한이 지난해 7월부터 확성기를 이용해 대남 소음 방송을 시작하면서 파주·연천·김포·포천 등 경기도 대북 접경지역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