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구타·고문 당한 방종운 씨
손배소 계획중 지금도 大法앞 시위
10여년 복직 투쟁했던 유화분 씨
“동료들 생업 찾아 떠난지 오래”
이형기씨 “흑자에도 임금 안올라”

“콜트악기 노동자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35년 만에 콜트악기 노동조합 한 간부의 불법구금 피해 사실이 비로소 인정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달 13일 열린 제109차 전체위원회에서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인 방종운(68)씨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부터 당한 ‘불법구금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 진실화해위 “불법구금·가혹행위 국가가 사과해야”
1990년 12월13일 당시 콜트악기 노조 선전부장이었던 방씨는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끌려간 곳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불법 구금은 5일 동안 이어졌다.
방씨는 “‘안기부 수사관들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소속이냐’는 질문과 함께 제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내 아내까지 해치겠다는 말을 했다. 구타와 고문을 받으니 극도의 공포감이 닥쳤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방씨의 인권침해 피해를 인정하고 국가의 사과를 권고했다.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권고문을 기반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야 한다.
방씨는 “콜트악기 노조를 향한 탄압이 ‘문서’로서 증명된 것뿐”이라며 “국가와 사측을 향한 손해배상 소송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 대부분 투쟁 현장 떠났지만, ‘복직 인정’ 외침은 계속
사측은 2007년 4월부터 경영 악화를 이유로 들며 콜트악기 부평공장 노동자 38명을 정리해고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돌연 공장을 폐업하고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2007년 당시 인천 부평구 갈산동 콜트악기 공장에서 복직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 중 26명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해 2009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에 사측은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012년 2월 대법원은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판결에 따라 노조는 복직을 위한 협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2012년 4월 복직 소송을 건 노동자들에게 공장 폐업의 이유를 들며 해고를 예고했고, 같은 해 5월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14명에게 해고 확정 통보했다.
또다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2012년 7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기각됐다. 이들은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치며 소송을 이어갔다. 2017년 대법원은 ‘공장 폐업으로 인해 구제 실익이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10여년간 복직 투쟁에 참여했던 유화분(69)씨는 “법원마저 억울한 이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아 참담한 마음이었다”며 “이젠 동료들 대부분이 생업을 찾아 떠난 지 오래”라고 했다.
2017년 농성장을 자진 철거하고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방씨는 지금도 서울 강남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콜트악기 노조 3대 위원장이었던 이형기(66)씨는 “회사는 1996년부터 10여년간 누적 순이익이 170억원에 달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며 “콜트악기 노조가 이어온 투쟁은 탄압받았던 노조의 명예회복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고 했다.
콜트악기는 폐업 후 기타제조사 ‘콜텍’의 브랜드로만 남아있다. 방씨의 복직 투쟁에 대해 콜텍 관계자는 “잘 모르는 사안이라 대응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