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 천거는 이미 삼국시대에 있었다. ‘삼국사기’는 신라 7대 왕 일성이사금의 천거 칙령을 기록했다. 고려시대 등용제도 유일지천(遺逸之薦)은 호족세력을 견제했다. 하지만 과거 급제자만을 대상에 올려 한계를 보였다. 가까이는 2014년 박근혜정부 당시 국민추천제가 상시화됐다. 하지만 공직사회 반발로 획기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인사혁신처에서 시도했지만 발탁된 인사는 소수에 그쳤다.
이재명정부도 ‘국민추천제’ 카드를 꺼냈다. 지켜만 봤던 장차관·공공기관장 인선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일명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 직접 민주주의 강화에 방점을 찍은 기획일 테다. 여의도 문법보다 국민 눈높이다. ‘국민주권정부’다운 발상이다. 오는 16일까지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민추천제 홈페이지나 이 대통령의 공식 SNS 계정 또는 이메일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타천은 물론 셀프 추천도 가능하다. 첫날에만 1만1천324건이 접수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접수된 정보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인사풀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폭넓게 인재를 구하려다 깊이를 간과하면 낭패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리더십도 따져봐야 한다. 전문성 부족한 인사가 임용되면 되레 공직 분위기를 흐린다. 많은 유명인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인지도와 능력은 별개다. 셀럽들의 인기투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특정 팬덤 간 추천 경쟁은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부적합한 인물들을 거론하며 조롱 섞어 희화화하고 있다. 또 특정 집단이나 세력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지역위원 단체 채팅방에는 추천을 독려하는 글이 공유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드인사를 위한 밑밥 깔기” “이름만 그럴싸한 정치쇼잉”이라고 흠집내기 바쁘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인사 실패는 여론의 도마에 올려졌다.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먹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부실 검증과 코드 인사는 망사(亡事)의 지름길이었다. 고려 때 천거 대상을 현량(賢良)이라 불렀다. 현량은 청백·효렴·방정 등의 덕행을 갖췄다. 이재명정부에서 국민을 위해서만 헌신할 현량을 가려내야 한다. 진지한 고민으로 집단지성을 발휘할 시간이다.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이 궁금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