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째 일상이 멈춘 노곡리
파괴된 집 마당서 컨테이너 생활
“여름인데…” “비행기 소리 불안”
보상액수 걱정에 자비 수리 주저
공군 “정밀조사후 손배 행정절차”

12일 오전 11시께 찾은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마을은 조용했지만, 집집마다 덮인 크고 작은 비닐이 이곳에 폭탄이 떨어졌음을 실감케 했다. 폭탄이 떨어진 충격에 집 전체가 들썩이면서 지붕이 들뜨고 창문이 깨진 탓이다.
포천시 노곡리 마을에 공군 전투기의 폭탄이 떨어진 지 100일이 지났다. 오폭 흔적이 그대로 방치된 모습에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지만, 복구는 감감무소식이다.
앞서 지난 3월 6일 포천시 이동면 노곡 2리에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공군 전투기 2기가 MK-82 폭탄 8개를 잘못 투하했다. 축구장 1개 크기의 살상 반경을 가진 폭탄들이 마을 한가운데 떨어지면서 성당, 주택 등 총 204개 동이 파손됐다.
노곡리 주민들의 삶은 사고 당일에 멈춰 있다. 마당 바로 앞에 폭탄이 떨어져 무너진 집은 이날까지도 지붕과 벽 일부가 뻥 뚫린 채 파란 비닐로 칭칭 감겨 있었다. 현관문을 여니 크고 작은 콘크리트 덩어리가 살림살이와 함께 뒤엉킨 모습이 보였다.

마당 한켠에 마련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주민 정씨는 “5년에 걸쳐 손수 지은 집이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며 “여름엔 컨테이너가 달궈질텐데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노곡리 주민들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오폭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다. 박모(52)씨는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만 들리면 바닥에 주저앉는다”며 “지난 세 달은 불안감이 심해서 일도 아예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트라우마를 견디기 위해 노곡리 주민 수십 명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 최모(91)씨는 “사고 이후 몇달동안 매일 안정제를 먹고 있다”며 “약을 먹지 않으면 집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이후 세 달이 지났지만 피해 복구 소식은 전혀 없는 상태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진료 비용도 주민들이 직접 부담하고 있다. 최모(59)씨는 “복구에 시간이 걸리면 진행 상황이나 정확한 보상 기준이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단 자비로 피해를 복구하고 나중에 청구하라는 식인데,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을까봐 복구를 주저하는 집도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공군 관계자는 “현재 피해 규모와 액수를 정밀조사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와 국가 손해배상을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마주영·최재훈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