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차량 줄고 업계 가격경쟁 치열

1만794곳 영업… 5년 전比 795곳 ↓

높은 정화비용에 폐업도 쉽지 않아

최근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와 유가 상승 등 요인이 겹치면서 주유소 업계 경쟁 심화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오전 수원시내 한 주유소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6.1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최근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와 유가 상승 등 요인이 겹치면서 주유소 업계 경쟁 심화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오전 수원시내 한 주유소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6.1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12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의 한 도로. ‘Self’ 글자가 새겨진 간판만이 이곳에 주유소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벽은 산에서 쏟아진 토사로 인해 일부 무너져 있었고, 주유기가 위치했던 것으로 보이는 지점 주변으로 그려진 차선이 흐릿하게 남아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수명이 다한 주유기 세 대가 나란히 붙은 채 방치돼 있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최근 6년 간 주유소 800곳 가까이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높은 정화비용으로 인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794곳이다. 이는 지난 2020년(1만1천589곳)과 비교해 795곳이 줄어든 수치다. 최근 6년 사이에 800곳에 달하는 주유소가 사라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유소가 위치한 경기도에서만 121곳이 없어졌다.

최근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와 유가 상승 등 요인이 겹치면서 주유소 업계 경쟁 심화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오전 수원시내 한 주유소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6.1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최근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와 유가 상승 등 요인이 겹치면서 주유소 업계 경쟁 심화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오전 수원시내 한 주유소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6.1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이날 찾은 수원시 팔달구 못골사거리 인근 주유소도 펜스가 둘러쳐진 채 철거를 앞둔 모습이었다. 펜스에는 ‘그동안 저희 주유소를 이용해 주신 고객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펜스 틈새로 보이는 주유소 내 부지에는 세차장과 차량 정비소, 사무실 등의 건물이 형태만 남아있었고, 철골 등의 공사 자재가 쌓여있었다. 인근에서 30년째 직영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양모(55)씨는 “서울로 이어지는 1번 국도를 따라 주유소 10곳 정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에 3곳이 연달아 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어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내연차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인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유소 간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4년 전에 목돈을 들여 셀프주유소로 바꿨지만, 기기 작동 방법을 묻는 경우가 많아 매일 오전 5시부터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상인들은 주유소 폐업을 원하지만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운영 기간이 길수록 토양이 오염됐을 가능성도 높은데, 아무리 소규모라고 해도 정화 작업에만 평균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최근 주유소 폐업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세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실제 집행된 적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