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수 사회부 기자
목은수 사회부 기자

2022년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표한 ‘외국인보호시설 및 인천공항 출국대기실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조감도가 그려져 있다. 거실과 침실, 화장실이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 속 티브이와 정수기가 비치된 모습이다. 철창을 떼어내는 등 시설을 대폭 개선한 개방형 보호시설의 전경과 고속충전기가 설치된 ‘핸드폰실’, ‘PC실’ 등의 사진도 첨부돼 있다. 보고서 속 그림과 사진들을 보며 ‘생각보다 깔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 활동가를 통해 본 외국인보호소의 실상은 달랐다. 내부에서 직접 촬영된 영상에서 드러난 보호실 내 침실은 누우면 팔이 맞닿을 정도로 비좁았고, 화장실의 변기 커버는 뜯긴 채 방치돼 있었다. 무엇보다 보호실 밖 복도에 외부로 난 창문이 있어 보호실 내부로는 빛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그곳에서 ‘국적이 달라서 언어도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머물렀던 모로코 국적의 20대 A씨를 만난 날, 외국인보호소에 대해 알겠다고 생각했던 믿음은 다시 깨졌다. 그는 보호소 내 핸드폰실에 대해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데려가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설 개선의 징표처럼 여겨졌던 핸드폰실이 정작 내부 사람들에게는 규율을 잘 지키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던 셈이다. 문서자료가 영상이 되고, 그곳에서 생활했던 당사자의 증언을 들으며, ‘외국인보호소’라는 공간은 구체화 됐고 정확한 실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A씨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를 묻는 나의 질문에 모로코는 더 이상 본국이 아니라고 했다. “21살에 종교적 규율이 많은 모로코가 답답해 떠났고 10년 가까이 한국에 살며 적응했다. 지금 한국을 떠나게 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한국이 본국이 되어버린 그를 보며 실체를 알기 위해선 당사자를 만나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목은수 사회부 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