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태반·탯줄 담겨 봉안돼
광주시·관계기관 협의결과 ‘불가’
시의회 행감 “문화적 가치 관심을”

광주지역에서 잇따라 조선시대 왕실의 ‘태실’이 발견돼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2022년 8월24일자 1면 보도) 해당 토지주 중 일부가 개발행위 등 재산권 행사를 이유로 이전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1일 진행된 광주시의회 복지문화국 행정사무 감사에서 지난해 5월 이같은 내용의 민원이 접수돼 시가 경기도 등 관계기관과 협의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접수된 민원은 광주 태전동의 태봉산에서 발굴된 성종 태함을 이전해 달라는 것으로, 지난해 5월 광주시에 집단민원으로 접수됐다.
조선왕실에서는 자손을 출산하면 그 태를 봉안해 ‘태실’이라 하는 곳에 태반과 탯줄을 묻었다. 왕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좋은 기운을 주기 위해 명당자리에 묻어왔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태실이 태전동을 비롯한 광주지역 일대에 자리했던 것이다.

2021년 광주 퇴촌면 원당리에서는 마을회관 뒤 가파른 산비탈 지형의 야산에서 성종 왕녀 태실이 발굴됐고, 전국 최초로 한 봉우리에서 3기 연속 발굴되는 사례로 꼽혔다.
이후 2023년 조선 9대 임금인 성종의 태실이 있는 광주시 태전동의 태봉산에서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사실 이곳에는 설치 당시 석조물(태항아리, 태지석 등)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때 창경궁으로 옮겨졌고, 지금은 발굴을 통해 태함과 하부구조를 일부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주가 지난해 개발행위를 목적으로 이전 요구를 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는 일단 민원이 접수된 만큼 경기도와 국가유산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협의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관계 기관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며 “현재 경기도는 태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며, 광주지역 태실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도 지정유산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태실 이전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행감에서 해당 내용을 짚은 최서윤 시의원은 “태실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이렇게 가치있는 문화유산이 지역에 있음에도, 타지역은 이를 향토문화재 등으로 지정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며 “비지정 문화재일 경우 개발공사 등이 진행되면 이런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