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탄에서 교제하던 여성을 폭행해 분리조치된 30대 남성이 다시 여성을 찾아 납치 살해한 ‘동탄 납치 살인’ 사건 이후 법·제도가 가정폭력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국회가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고자 공적 자원을 전방위적으로 투입해 대책을 수립하는 ‘사망검토제’ 입법에 나섰다.
사망검토제는 전·현 배우자 등 친밀한 파트너에게 피해자가 살해당하거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받는 사건을 심층 조사해 수사기관 등의 피해자 보호 절차·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살피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제도다. 친밀관계 살인사건이 일개 ‘개인·가정사’로 축소돼 또다시 참변이 반복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 보호 정책 전반의 부실 사항을 되짚고 고치자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제도는 미국 일부 지역을 포함해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영국·포르투갈·스웨덴 등이 시행·운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지난 11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 또는 중대한 위협을 받은 사건을 사례로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수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가부 장관은 이러한 사건 분석을 위해 경찰·검찰·법원·의료기관 등 관련 기관 등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아울러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사례 분석을 위해 전문가 및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지원토록 하는 방안도 발의안에 넣었다.

사망검토제 도입과 함께 가정·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실효적 방안이 담긴 다른 법안들의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회에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다는 법의 목적을 ‘피해자와 가족 및 교제 관계 구성원의 인권보호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으로 보호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또한 가정폭력 사건에서 독소로 작용한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기하는 법안, 가정폭력 사건에서 상담을 조건으로 가해자 처벌을 면하게 하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없애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망검토제를 대표 발의한 전진숙 의원은 “가정폭력 사망사건은 단순히 가정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국가가 개입해 막아야 할 명백한 사회적 범죄”라며 “이번 법안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개선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