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이끈 매수세… 그때와 차이
국내 정치, 美中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
소수 반도체 종목 한정… 착시랠리 우려

코스피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 3000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행렬에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까지 더해져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첫 3000 고지를 넘겼던 2021년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 이면에는 착시 랠리, 장기 조정 반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30대 직장인 투자자 양모(29)씨는 요즘 주식 앱만 켜면 연일 들어오는 빨간불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반도체 대형주와 조선업 관련 주에 투자한 양씨는 탄핵 정국 이후 계속된 상승장에서 쏠쏠한 수익을 보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 불안감도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주식을 시작한 그는 당시 상승주로 꼽히던 삼성전자와 카카오에 투자했다가 급락장을 겪었다. 양씨는 “그때도 꽤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고점에 물려 손실이 컸다”며 “이번에도 더 오를 것 같지만 지금까지 오른 만큼만 수익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1년 1월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기조에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양씨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주와 2차전지 관련 주에 연일 자금이 몰리며 급등세가 이어졌다. 국내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10만전자’ 전망까지 나왔다.
잔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의 긴축 전환과 고금리 장기화,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며 3천300선 부근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장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던 지난 11일 코스피는 3년 5개월 만에 조정을 깨고 2907.04에 장을 마감했다. 예상 밖의 급상승에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주가지수 전망을 서둘러 고쳤다. 한국투자증권은 12일 올해 하반기 코스피 지수 등락 범위를 기존 2천400~2천900에서 2천600~3150으로 수정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코스피지수 예상 상단을 3천에서 3천100으로 올렸다.
이는 이번 상승장이 지난 2021년과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은 개인 투자자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반년 가까이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의 완화와 상법 개정, 미·중 무역 갈등 완화 움직임 등의 외적 요인들도 코스피 상승세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상승세에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는 달라졌지만 과열로 인한 착시 리스크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이번 장세는 지난 2021년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소수 반도체 종목 중심의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아직 2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가는 과거 2차전지처럼 빠르게 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 중심의 수급 구조 역시 불안 요소다. 목표 수익률을 채운 뒤 언제든 매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뚜렷하게 보이는 주도산업이 부재한 채 기대감만으로 지수가 오른다는 점에서 아직은 신중하게 바라보아야 할 때”라며 “지속적 상승 전환을 위해서는 반도체 등 확실한 성장 섹터의 실적 확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