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의 한 도로 옆 수풀 속에서 최근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2025.6.13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의 한 도로 옆 수풀 속에서 최근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2025.6.13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최근 수원시에서 남성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6월12일자 인터넷 보도)된 곳은 왕복 9차선 도로 옆에 조성된 풀숲이었다. 고인은 수풀로 우거진 도심 속 교통섬에서 어느 날 세상을 떠났고, 그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숨졌다는 사실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수원의 한 공원 인근 수풀서 시신 발견… 경찰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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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 기간 부패가 진행돼 백골에 가까운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시신 인근에 옷가지 등 생활용품이 있었던 점을 토대로 숨진 사람이 수풀 속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고자는 조경 작업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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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5시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한 삼거리. 지하철 1호선과 맞닿은 왕복 9차선 도로 위로 차량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인근 대형 쇼핑몰로 향하는 차량이 주말이면 도로를 가득 채우는 지역이다.

수원시 장안구의 한 도로 옆 수풀에서 최근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옷가지와 컵라면 등 이곳에서 생활한 흔적이 남아있다. 2025.6.13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의 한 도로 옆 수풀에서 최근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옷가지와 컵라면 등 이곳에서 생활한 흔적이 남아있다. 2025.6.13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9차선 도로와 지하차도가 수직으로 만나는 지점 양쪽 부근에는 수풀이 우거진 ‘교통섬’이 자리잡고 있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삼각형 모양의 섬처럼 조성하는 교통섬에는 대부분 녹지가 조성돼 있다. 이곳 교통섬에도 울거진 수풀 사이로 소나무 20여그루가 심겨져 있었다.

그러나 허리 높이까지 올라온 수풀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섬의 중앙부분으로 다가가자, 성인 세 명이 누울 수 있을 만큼의 빈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경찰이 설치해 둔 노란색 ‘폴리스 라인’ 아래로 사람이 먹고 잤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바닥에는 돗자리와 이부자리가 어지럽게 깔려있었고, 라이터와 담배, 짓눌린 음료수 페트병이 보였다. 한쪽에는 빈 컵라면 용기도 구겨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생활 흔적이 가득한 이곳은 어느 무명 노숙인이 숨진 채로 발견된 장소다.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12일) 오전 8시15분께 이곳에서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해당 시신은 이미 숨진 뒤 수 개월이 지나 백골에 가까울 정도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당시 조경 작업을 위해 교통섬을 찾은 작업자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원 파악을 위해 DNA 검사를 맡겼고,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도 의뢰했다”며 “시신의 부패 정도는 날씨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 현재까지 정확한 사망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교통섬은 기업 건물과 마주하고 있고, 도로 건너 편에는 500여 세대에 달하는 아파트가 위치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은 풀숲에 사람이 살았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시 장안구의 한 도로 옆 수풀에서 최근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지점 뒤로 차량이 오가고 있다. 2025.6.13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의 한 도로 옆 수풀에서 최근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지점 뒤로 차량이 오가고 있다. 2025.6.13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이날 현장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기업 건물에서 만난 직원은 “(노숙하던 사람의)시신이 나왔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다”면서 “인근에서 시신이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면 인수인계가 됐을 텐데 전혀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원시내 한복판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행정 당국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종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시설 거주 노숙인과 더불어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현황도 파악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관리대상이 아니었다”면서 “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인의 경우는 스스로 지원을 거부하기도 하고 범위도 워낙 넓어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