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사고 현장 100일 넘게 방치
사고 흔적 구경하러 관광객 방문
‘다크 투어리즘 문화’ 왜곡 지적
포천시 노곡리 공군 오폭 사고 현장이 100일 넘게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6월13일자 2면 보도) 사고 흔적을 구경하러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찾은 사고 현장. 군과 포천시의 피해 복구 논의가 세 달째 지지부진하면서 노곡리 마을에는 오폭 사고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폭탄이 떨어진 지점 근처에 있는 비닐하우스의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고, 성당을 비롯해 폴리스라인 너머로 지붕과 벽이 무너진 주택들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노곡리 주민들은 오폭 피해를 구경 거리로 소비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중고를 호소했다.
주민 A씨는 “사고 이후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마을을 많이 찾는다”며 “차를 타고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부서진 집들을 구경하고, 조수석 창문을 내린 뒤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투기에서 폭탄이 떨어진 현장이라고 하니까 궁금해 찾아 오는 것이겠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구경 거리가 된 기분이 들어 불쾌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폭 사고로 집이 반 이상 부서진 B씨 역시 사람들의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집 벽이 무너진 모습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학생들도 봤다”며 “무심코 한 행동이겠지만, 사고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대형 사고 현장을 바라보는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을 두고, 참상이나 재해가 일어난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 문화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참상이 벌어진 장소나 재난 현장을 둘러보는 것에 대한 당위성은 반성이나 교훈을 얻는다는 것에 있다. 이에 걸맞은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곡리 공군 오폭 현장을 찾는 사람들은 이 같은 목적을 가진 게 아니고, 주민들이 가십거리로 소비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마을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군과 지자체에서 빠른 복구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