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든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K문고 전자책 이용자 이모(30)씨는 최근 벌어진 ‘예스24 해킹 사태’를 두고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책을 소장하든 대여하든 플랫폼에 접속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번에 실감했다”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간편하게 보기 위해 전자책을 쓰는 건데, 막히면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14일 예스24 홈페이지 일부가 복구된 가운데, X(트위터)와 스레드 등 SNS에서도 전자책 유통을 둘러싼 회의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종이에 새긴 책은 천년을 가지만, 전자책은 플랫폼이 멈추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거나 “전자책이 아니라 ‘전자대여’였던 셈”이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예스24 전자책 서비스가 해킹으로 마비되면서 이용자들은 수년 전 구매한 책까지 열람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단순한 접속 장애를 넘어, 과거 알라딘 전자책 유출 사태(2023년 12월9일자 11면 보도)처럼 보안 우려까지 재점화되며 전자책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자책은 기기에 저장되더라도 플랫폼 앱과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인증이 없으면 열람할 수 없다. 오프라인 열람 역시 최초 다운로드와 인증을 거쳐야 가능하기 때문에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과 달리 책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불만은 소비자를 넘어 출판계(6월12일자 2면 보도)에서도 감지된다. 전자책 플랫폼 해킹이 콘텐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3년 알라딘은 한 고등학생의 해킹으로 전자책 72만 권이 유출됐고, 출판사들은 책 공급 중단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당시 예스24도 복호화키(암호화된 전자책을 해제하는 코드) 일부가 유출됐으나, 곧바로 복호화키를 무력화시켜 실제 열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예스24 측은 해킹으로 인한 전자책 등 데이터 유출 여부에 대해 “내부 점검 결과 개인정보와 전자책 파일 모두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전자책 서비스를 둘러싼 불안은 기기 사용 환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오는 9월부터는 크레마 전자책 단말기 일부 구형 모델(안드로이드 4.4 이하)이 보안 인증서 만료로 인터넷 접속 등이 차단돼 열람이 제한되면서 해당 기기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결국 플랫폼 서버 보안·DRM 인증기기·호환성까지 복잡하게 얽힌 구조가 예스24 해킹 사태와 맞물리면서, 디지털 독서 서비스의 안정성과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웅준 대한출판문화협회 연구위원은 “전자책은 아직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보안 문제를 넘어 출판 디지털 매체를 어떻게 활용하고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음을 드러낸 계기”라고 짚으며 “플랫폼 문제가 출판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릴 우려가 생긴 만큼 출판사, 플랫폼, 정부가 함께 제도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