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혈 인구가 급감하면서 주요 혈액원인 헌혈의집과 기념품 등 헌혈 장려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기도가 인구 대비 헌혈률이 매년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데, 도내 헌혈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세계 헌혈자의 날’(14일)을 맞이해 커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헌혈에 한 차례 이상 참여한 헌혈자 실인원은 지난해 126만4천525명으로, 최근 20년 동안 가장 낮았다.
헌혈자 실인원은 10년 전인 2014년 169만6천95명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본격화된 지난 2020년 128만1천773명을 기록하며 대폭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대면 접촉이 어려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보다 줄어든 셈이다.
시도별 인구 대비 헌혈률을 보면 경기도는 1.7%로 전국 평균(5.6%)보다 한참 낮은 최하위다. 같은 수도권인 서울은 9.8%로 울산(9.9%) 다음으로 가장 높았고, 인천도 6.2%로 평균 이상이다.
헌혈할 수 있는 최대 연령은 69세며 도는 지난 2015년부터 2%를 넘긴 적이 없이 매년 최하위였다.
이에 헌혈 장려 제도에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헌혈 참여 방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헌혈의집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에 헌혈의집은 총 28개지만, 1곳도 시군 내에 위치하지 않은 지역이 14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북부의 경우 인구 51만명의 파주시와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양주시 등 6곳은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와 오산시, 의왕시 등 유동인구가 많은 남부 시군 8곳도 설치돼 있지 않다.
주로 대한적십자사가 운영 주체인 헌혈의집은 보건복지부가 신청 지역의 유동인구와 일평균 헌혈 수요, 헌혈가능인구 등을 고려해 설립된다. 복지부 내부 규정상 5만명 이상의 유동인구 등을 허가 기준으로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혈 참여 확대를 위해 지급되는 기념품도 연령과 수요, 물가 등이 고려돼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올해 공식적인 헌혈자 기념품은 영화관람권과 편의점(5천원)·커피(5천500원) 교환권, 여행용세트, 타월 등 대부분 1만원 상당 미만의 제품들이다. 현재 기념품은 대한적십자사에서 헌혈자 대상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후 선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해진다.
10회 이상의 헌혈 경험이 있는 이모(32)씨는 “대학생일 때 학교 근처에 헌혈의집이 있어 방문하기 편하고 당시 지급되는 영화티켓 등에 만족감을 느껴 1년에 2번 이상은 헌혈을 했다. 그러나 30대가 되고 헌혈의집이 근처에 없다 보니 헌혈 횟수가 줄고, 기념품도 큰 메리트를 못 느껴 만족감보다는 봉사, 희생한다는 기분으로 헌혈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헌혈자 기념품을 확대 지급할 경우 고귀한 생명나눔 활동인 헌혈의 목적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프로모션을 통해 헌혈자 혜택이 다양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헌혈의집은 인구 유입 가능성 등 종합 판단을 통해 설치한다. 경기북부의 경우 헌혈가능인구가 저조해 일부 지역에만 설치돼 있으며 향후 필요시 추가 설치를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