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고등 ‘중동 기피’

두바이 등 인접국 취소사례 발생

분쟁 장기화땐 수요 악영향 전망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벌어지면서 여행객 사이에 심리적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이란 미사일 폭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한 도시. 2025.6.16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벌어지면서 여행객 사이에 심리적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이란 미사일 폭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한 도시. 2025.6.16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연일 이어지며 중동 지역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해 여행업계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당사국은 아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인접국을 목적지로 한 단체 관광 일정이 일부 취소되면서 여행업계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16일 군포시에 거주하는 조모(69)씨는 칠순을 앞두고 오는 24일부터 가족들과 함께 3박5일 일정의 두바이 패키지 여행을 계획했지만, 최근 여행사로부터 “상품이 취소돼 전액 환불 처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씨는 “같이 가기로 했던 다른 팀들이 뉴스를 보고 하나둘씩 취소하면서 결국 전체 일정이 무산됐다고 들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두바이는 무력 충돌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벌어지면서 여행객 사이에 심리적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두바이행 패키지 상품의 경우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곳이나, 전쟁 여파로 일부 상품이 고객 요청에 따라 취소되거나 일정이 조정된 것이다.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우려스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조지아·아제르바이잔 등 인근 국가로 가려던 환승 일정이 걱정된다’, ‘두바이에서 비행기 갈아탈 예정이었는데 괜찮을까’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의 항공편은 정상 운항 중이지만, 두바이를 경유해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일정은 향후 영공 통제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외교부도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이스라엘과 이란의 일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를 발령했다. 이스라엘은 성지순례 목적의 패키지 관광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이번 조치는 일반 여행객은 물론 종교 단체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세로 인해 여행 상품이 취소될 경우 여행사는 일반적으로 전액 환불에 응하지만 업계에 대한 별도 보상이나 지원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간접적인 영향이 감지되는 가운데,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은 아직 인접 국가 여행에 대한 전면적인 예약 취소나 대규모 환불 움직임은 없지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여행 수요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란과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스라엘군이 이란 내 핵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하면서 본격적인 전면 충돌에 돌입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후 양국 간 물리적 무력 충돌과 긴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