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부평 일환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 행사

<부평구문화재단 공동기획>

소설가 김금희 ‘남극에서…’ 북토크

갈산유수지 주변에 82개팀 플리마켓

올해 첫 어린이 그림 공모전도 열어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일대에서 열린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에서 김금희 소설가가 에세이 ‘나의 폴라 일지’ 북 토크 행사에 참여해 남극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일대에서 열린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에서 김금희 소설가가 에세이 ‘나의 폴라 일지’ 북 토크 행사에 참여해 남극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아기 펭귄들은 내가 들고 있는 등산 스틱을 톡톡 쪼았다. 뾰족한 부분이 내 부리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걔들은 나름 다정한 인사를 한 거라고. 나는 잘 있으라고, 겨울을 잘 견디라고 말하며 아쉽게 돌아섰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남극에 오고 싶어 한 정확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서였다.”

비 예보가 무색할 정도로 따사한 초여름 햇살과 기분 나쁘지 않은 더위가 찾아온 지난 14일 낮 12시 인천 부평구 굴포 빛누리(갈산유수지) 버드나무 아래에서는 ‘남극의 펭귄 이야기’가 들려왔다.

지난해 1~3월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다녀온 소설가 김금희가 그 경험을 담아 쓴 에세이 ‘나의 폴라 일지’(한겨레출판·2025)를 들고 버드나무 아래 마련된 캠핑 의자에 앉아 책의 한 구절을 읽는 순간이었다. 여름날의 펭귄 이야기는 생뚱맞다기 보다 듣는 이들의 마음에 시원함과 푸르름과 다정함을 전했다.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일대에서 열린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에서 풍선 마술쇼 ‘더 프레젠트쇼’가 진행되고 있다. 2025.6.14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일대에서 열린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에서 풍선 마술쇼 ‘더 프레젠트쇼’가 진행되고 있다. 2025.6.14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부평구 ‘문화도시부평’의 일환으로, 이날 굴포천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일대에서 개최된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 이 친환경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김금희 작가의 북토크 ‘남극에서 마주한 자연과 인간’이 진행됐다. 일반적인 실내 북토크 행사와 가장 큰 차이는 자연의 푸르름 속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청중들의 표정부터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올해로 4년째 이어지고 있는 굴포천천히는 생태하천 굴포천이 있기에 가능한 행사다. 인천시의 첫 하천 복원 사업인 굴포천 생태하천 조성이 올해 하반기 마무리되면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하천의 자연 생태를 만끽할 수 있다. 굴포천천히는 그 가까이 온 미래의 모습이다.

갈산유수지 주변으로 82개 팀이 참여한 친환경 플리마켓이 차려졌다. 자투리 책갈피나 업사이클링 엽서·포스터, 각종 수공예 굿즈, 비건 푸드는 물론 부평구문화재단의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진행된 ‘스밈(SMIM) 마켓’에선 재단 직원들의 벼룩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친환경 수공예 물품을 고르면서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해주는 부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일대에서 열린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에서 시민들이 플리마켓을 둘러보고 있다. 2025.6.14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일대에서 열린 ‘2025 굴포천천히 그린 라이프 페스티벌’에서 시민들이 플리마켓을 둘러보고 있다. 2025.6.14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축제 곳곳에선 작은 연극, 마술쇼, 지역 뮤지션 공연 등 거리 예술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집에서 안 입는 옷이나 버려진 천을 사용해 맹꽁이 인형을 만들어 보는 워크숍, 조개 원석 책갈피 만들기, 훌라 워크숍, 인천녹색연합이 진행하는 굴포천 생태 탐험 ‘상상수월레’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축제 진행 스태프 목걸이조차 씨앗 굿즈를 활용하는 등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주최 측 노력도 돋보였다.

부평구문화재단 관계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굴포천 인근 공원에서 환경과 생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 내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공간, 사람, 콘텐츠를 연결하고자 했다”며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굴포천천히는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 환경 그림 공모전’을 진행하고, 축제 당일 시상식을 열었다. 대상과 최우수상 등 입상한 어린이 22명은 저마다 굴포천과 마스코트 ‘굴꽁이’(굴포천에 사는 맹꽁이) 그림을 그렸다. 대상을 수상한 초등학교 3학년 김채윤 양은 “깨끗한 하천에서 굴꽁이가 포즈를 취하고, 내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는 장면을 상상해 그렸다”며 “부모님과 함께 굴포천천히에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선 이날 시민들이 함께 그린 굴포천의 모습을 차준택 부평구청장, 부평구의회 안애경 의장과 정유정 의원, 이찬영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어린이들과 같이 완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차준택 구청장은 “우리 굴포천의 소중함, 또 아이들이 자라날 미래의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