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레미콘 업계 등 ‘시름’
정부, 8월까지 유류세 인하 연장

경기도에서 금속표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A사 사장은 올해 들어 유독 회사 운영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경기침체 속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영향에 매출이 전년 대비 30~40% 줄어든 가운데 유가 부담까지 더해져서다. A씨는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폐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원유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서민 경제는 물론 중소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3일 두바이유는 전거래일보다 3.92달러(5.7%) 오른 배럴당 72.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4.23달러로 7.0%,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2.98달러로 7.3% 상승했다.
한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유가도 상승전환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경기도 휘발유 평균 ℓ당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2.69원 오른 1천630.37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또한 2.87원 오른 1천490.05원을 기록했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유가에 반영된다. 올들어 국제유가는 지난달 5일 최저점을 찍은 뒤 소폭씩 상승했던 만큼 이번 국내유가 상승은 이전 상승분이 반영됐다.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요인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만큼 기름값 상승세는 상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중소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는 유화업체로부터 원료를 매입하는 플라스틱 가공업계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원료를 먼저 받고 월말쯤 계산하는데, 매번 주문할 때마다 납품단가는 모른다. 유화업체가 어떻게 책정됐는지 모르는 단가로 계산을 하는데, 상승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빠르게 적용된다”라고 하소연했다.
레미콘 업계도 시름이 깊다. 경기남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업황이 좋지 않은데, 유가까지 오르면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수출은 0.32%, 수입은 2.38%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기적으로는 수출수요 및 단가 회복에 영향을 미치므로 국제유가 상승세 속도와 지속성을 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국내유가 상승세에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16일 밝혔다. ℓ당 휘발유는 현행과 동일하게 82원, 경유는 87원, LPG부탄은 30원 인하된 세금이 적용된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