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서민 부담 줄여주는 취지 공감

서울·경기·인천 교통복지정책 ‘따로 국밥’

포퓰리즘 경쟁 결과로 세금 쏟아붓는 방식

당장은 편리해 보여도 결국 모두에게 손해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서울시의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의 인기가 대단하다. 출시 1년여 만인 올해 4월 기준 선불형 기후동행카드의 누적 충전 건수가 서울의 인구수(933만명)보다 많은 1천만건을 돌파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작년 1월부터 월 6만5천원만 내면 서울시 면허의 버스와 공공자전거 따릉이, 지하철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기후동행카드 사용 가능 지역은 서울 전역에다 경기도 김포·과천·고양·남양주·구리 등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자차(自車)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서울시의 교통체증 해소는 물론 탄소 저감에도 기여한다고 홍보 중이나 편치 못하다. 지난 1년 동안에 기후동행카드 운영으로 1천35억원의 손실액(환급금)이 발생했는데 올해 1분기(1∼3월)의 운송손실금만 벌써 523억원이다. 손실금은 시와 운송기관이 분담하는데 1분기의 시 부담금만 305억원이다. 반면에 경기도의 금년 1분기 ‘더(The) 경기패스’ 손실금은 55억6천만원이고 인천시의 ‘I-패스’ 손실액은 10억60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환급손실액이 경기도의 9배, 인천시의 52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이용자 수는 더 경기패스가 134만명으로 기후동행카드(77만명)보다 약 1.7배 많았다.

서울시와 경기·인천의 교통패스 운영손실금이 엄청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서울시가 정부의 지원 없이 오로지 자체 재원만으로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추진한 반면에 경기도와 인천시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에 출시한 전 국민 대상의 교통복지정책인 ‘K-패스’에 편승한 탓이다. K-패스 회원이 전국의 모든 대중교통을 월 15∼60회 이용 시 이용금액의 20%를 환급(19∼34세 청년은 30% 환급)해 주는데 1인당 연간 최대 환급액은 21만6천원이다.

경기도는 K-패스의 출시에 맞춰 별도로 더 경기패스를 시행했다. 경기도민에 한해 K-패스 혜택에다 경기도의 재원으로 인센티브를 더 제공하는데 월 60회 넘게 이용해도 20% 환급이 가능하며 35∼39세에도 30% 할인율을 적용한다. 더 경기패스의 대중교통 할인율은 월 20∼53%이다. 인천시도 작년 5월부터 더 경기패스의 판박이인 I-패스를 선보였는데 가입자수는 26만여 명이다.

교통패스를 운영 중인 전국 8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한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기후동행카드의 운영손실액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의 K-패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K-패스 가입자수는 304만5천명으로 K-패스 손실금 보전 예산은 지난해 1천11억원에서 올해 2천374억원으로 무려 2.3배나 급증했다. 한편 경기도와 인천시처럼 K-패스에 의존하는 지자체들은 막대한 재정부담은 덜었지만 2중, 3중의 할인율 적용으로 중복투자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물가시대에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라도 줄여주자는 취지에 공감한다.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는 기후위기 대처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동일한 생활권임에도 교통복지정책은 ‘따로국밥’식이라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인접한 여러 개의 대도시가 경제적, 사회적, 기능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도시권을 형성하는 메가폴리스 시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의 수도권은 유럽의 블루 바나나, 일본의 도카이도(東海道), 중국의 주장(珠江) 삼각주처럼 세계적인 거대 도시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딱하다. 대한민국의 교통 관련 업무를 총괄, 조정해야 함에도 지자체들의 중복투자를 규제하기는커녕 방관한 인상이니 말이다. 전문가들은 중복투자에 따른 혈세 낭비를 지자체들 사이의 포퓰리즘 경쟁의 결과로 규정하고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세금을 쏟아붓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편리해 보이지만 결국 손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교통복지카드 운영 1년이 경과했다. 그간의 자료들을 분석해서 사업의 효율성을 검증해야 한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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