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단계’ 인천 남동구의회 반대 표류 위기

 

8개 후보지 검토 끝 월례공원 확정

“市 설명 부족” 상임위 문턱 좌절

국힘시당 “민주, 정치적 의도 의심”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강력 반대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닥터헬기가 날고 있다. 2025.2.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닥터헬기가 날고 있다. 2025.2.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십수 년을 끌어온 인천시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서 지방의회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중증응급환자 치료를 위한 기반 시설이 지역 정치권 갈등으로 다시 장기간 표류할 처지에 놓였다.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는 지난 13일 남동구가 제출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를 위한 ‘2025년도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 및 공유재산 연구 시설물 축조 동의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며 인천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사업도 당분간 멈추게 됐다.

이 사업은 부평구 일신동 505항공대대에 마련된 임시 계류장을 폐쇄하고, 남동구 고잔동 626-7번지에 위치한 월례근린공원 내 3천440㎡ 부지를 활용해 헬기 이착륙장, 격납고, 방음벽, 진입도로 등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시가 남동구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는 데 들어가는 40억원을 포함해 총 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전액 인천시가 부담한다.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는 동의안 미상정 사유로 ‘인천시 설명 부족’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을 내세웠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알력다툼이 존재한다. 남동구의회 총무위는 더불어민주당 5명, 국민의힘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17일 논평을 내 “연수구청장에 따르면 ‘구민 반대가 미미한 수준’이다.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동구청장과 연수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이들 지역구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이다.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사업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돼 8개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2021년 월례근린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후 주민 간담회(2022년), 소음영향도 조사(2022~2023년), 주민설명회(2023년), 지역 정치인 및 연수구의원과의 면담(2023년 4월 5월) 등 필요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남동구의회가 ‘연수구 주민 수용성’을 의식해 내린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남동구 관할 닥터헬기 계류장 주변은 주거지가 없지만, 승기천을 사이에 두고 약 450m 떨어진 곳에 연수구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곳 아파트 주민 중심으로 계류장 설치 반대 민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헬기는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인천에 도입됐다. 섬 지역이나 산간 지역 등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신속한 응급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하지만 인천에서는 떠돌이 신세였다. 2011년부터 인천시청 운동장, 문학야구장, 김포공항, 군부대 등을 거쳐 현재의 임시 계류장까지 총 7차례나 떠돌았다.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의 키는 남동구의회가 쥐게 됐다. 구의회가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이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닥터헬기는 모든 인천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라며 “마지막까지 설득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