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여름(왼쪽)씨와 별이씨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6.18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18일 오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여름(왼쪽)씨와 별이씨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6.18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성매매 집결지 행정 대집행 현장에서 면담을 요청한 성노동자와 인권활동가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최종 변론까지 마쳤다. 이들을 형사 고소한 주체는 다름 아닌 지자체, 파주시다. 시민 항의에 형사 고소로 대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검찰이 공소사실 일부를 철회하면서 공공의 법적 대응 적절성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6단독(최동환 판사)은 성노동자 별이(활동명)씨와 인권활동가 여름(활동명)씨에 대한 병합 사건을 심리했다. 이들은 단속용 CCTV 설치를 막은 한편 무릎을 꿇고 길을 막고 공무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행위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지만, 피고인 측은 “폭력도 위력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행정 대집행에 항의하며 무릎을 꿇고 면담을 요청한 행동 등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4월19일 파주시의 성매수자 감시 캠페인 ‘올빼미 활동’ 중 별이씨와 여름씨가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면담을 요구했고, 별이씨는 자리를 뜨던 공무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이와 별도로 별이씨는 같은 해 1월 CCTV 설치를 막은 행동으로도 함께 기소됐다.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 별이씨는 “현장에서 여성들이 전봇대에 매달린 채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사고가 날 것 같아 무작정 몸이 먼저 움직였을 뿐”이라며 “그런 행동이 공무집행 방해가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여름씨는 “(해당 행위는) 결코 공무집행을 방해하기 위한 폭력이나 협박이 아니었다. 당시 파주시의 강제 철거로 그곳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들의 삶이 하루 아침에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저는 파주시에 적절한 이주 보상 대책을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면담 요청은 오히려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는 공소사실 일부가 변경됐다. 기존 공소장에는 별이씨가 파주시 공무원의 몸을 넘어뜨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관련 영상과 사진에서 해당 장면이 확인되지 않자 검찰은 ‘넘어뜨렸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통상 공소장 변경은 공소 제기 당시 포함됐던 사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법적으로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사정이 드러났을 때 이뤄진다.

공판이 끝난 뒤 만난 피고인 측 현동훈 변호사(법무법인 서울센트럴)는 “공무방해의 고의가 없었음에도 기소가 이뤄졌고, 공소장 변경은 초기 공소사실의 일부가 과도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 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시민을 형사 고소까지 이어간 사례는 흔치 않다. 보다 조율적이고 비형사적인 방식의 대응도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 김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정)도 “면담을 요청하며 무릎을 꿇고 있었던 상황을 두고 ‘공무집행방해’로 기소한 것은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과도한 판단이었다”며 “특히 이 사건은 사전에 평화적 집회로 신고된 상태에서 이뤄진 행동이었고, 지자체가 이를 형사 고소까지 이어간 사례는 드문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주시 측은 “피고인들의 면담 요청은 다수의 위력으로 폭력을 동반한 정상적인 요청이 아니었으며, 이로 인해 담당 공무원이 상해까지 입었다”며 “폭력은 누구에게도 허용될 수 없고,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공무 방해가 반복된다면 그 어떤 기관도 범죄행위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고인들이 요청한 파주시장 면담 요구에 대해서는 “성매매집결지 폐쇄 정책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뿐만 아니라, 성매매피해자·상인·건축주·집결지 관련자 등을 포함해 수차례 면담을 진행해오며 관계자 의견 청취 등을 거쳐왔다”며 “오늘이라도 ‘폐쇄유예’가 아닌 불법 성매매를 그만두고 자립하고자 하는 성매매피해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면담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선고는 다음 달 16일 오전 10시20분에 열릴 예정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