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근무자들 노동환경 개선 요구

“근무중 티타임 ‘피카’ 사무직 특권”

“무리한 업무 통합 부담, 퇴사 빈번”

추가휴식 제공 동종업계보다 부실

“선진문화 홍보 불구 유급휴식 없어”

18일 경기도내 한 이케아 매장에서 카트를 옮기는 노동자 뒤로 이사벨 푸치 이케아코리아 대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5.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8일 경기도내 한 이케아 매장에서 카트를 옮기는 노동자 뒤로 이사벨 푸치 이케아코리아 대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5.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케아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모(48)씨는 매일 낮 12시30분에 출근해 매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고객이 주문한 가구를 운반한다. 80㎏이 넘는 소파나 수납장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지만,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이 유일하다. 이씨는 “업무 도중 의자에 앉는 시간은 택배 운송장을 출력하기 위해 컴퓨터 업무를 할 때가 전부고, 이마저도 바쁠 때는 서서 출력한다”며 “이케아엔 업무 시간에 동료끼리 티타임을 갖는 휴게문화가 있다고 하지만, 입사 교육 때 말로만 들었지 써본 적 없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 한국지사의 매장 근무자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북유럽식 휴게문화라고 홍보하는 ‘피카(FIKA)타임’은 일부 사무직과 관리직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비판했다.

18일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지부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의 휴게문화인 피카타임을 일종의 사내 복지로 홍보하고 있다. 피카타임은 업무 중간 동료와 함께 티타임 등 휴게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언뜻 회사의 전체 노동자가 향유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무직과 관리직만 피카타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매장 직원들의 지적이다. 회사가 짠 업무 스케줄에 따라 고객을 응대하다보면 쉴 틈이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 한국지사의 매장 근무자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18일 경기도내 한 이케아 매장의 모습. 2025.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 한국지사의 매장 근무자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18일 경기도내 한 이케아 매장의 모습. 2025.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매장 푸드코트에서 일하고 있는 강모(43)씨는 “재료 준비, 음식 조리, 배식까지 혼자 맡기 때문에 한 명만 빠져도 고객이 기다려야 한다. 짬을 낼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교대를 위해 지상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지하 1층까지 내려 가는 시간도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케아 매장 고객지원팀에서 근무하는 A씨는 “교환, 환불, 캐셔 업무뿐만 아니라 고객이 맡긴 아이를 돌보는 일까지 맡고 있다”며 “회사에서 담당 업무를 3~4개씩 합치다 보니 동료들의 퇴사가 빈번해지고, 인력이 줄어 업무 강도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무리한 업무 통합으로 직원들이 쉴 시간이 없는 구조에서 피카타임은 일부 직군만 사용하는 ‘보여주기식 문화’라는 것이다.

이케아코리아는 법정휴게시간 1시간으로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피카타임은 법정휴게시간과는 다른 취지의 문화라 시간을 따로 고정하기는 어렵다”며 “법정휴게시간을 업무 특성과 운영 방식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이케아의 휴식 제도가 유독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는 법정휴게시간 외 휴식시간 30분을 추가 제공한다”며 “선진적인 휴게 문화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이케아만 직원들에게 유급휴게시간을 단 1분도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