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쉬어가는 곳” 작가 의도 엿보여

■ 바닷마을 호호책방┃김유 지음. 주니어김영사 펴냄. 68쪽. 1만5천800원

드넓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마을에 여우가 자그마한 책방을 연다. 책방 이름은 ‘호호’. 사람들의 마음을 호호 불어주고 싶었다는 여우는 오랜 꿈을 이뤄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꽃비가 내리던 어느날 여우는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첫 손님을 기다린다. 책방 안팎을 오가던 여우는 처마 아래 웅크리고 있던 한 아이를 마주한다. 한참을 망설이던 아이는 달콤한 코코아를 건넨 여우를 따라 책방으로 들어선다.

온기를 받아 볼이 발그레진 아이는 가만가만 이야기를 꺼낸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우리 가족은 다 바쁘거든요. …마음에 구멍이 난 거 같아요. 너무 추워요.”

아이에게 여우는 ‘외로움을 호호해주는 책’을 건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을 툭 털어놨더니 아이의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책을 읽은 아이는 새벽부터 일하러 갔다 돌아온 아빠를 만나자 말없이 꼭 안아준다. 책방지기인 여우는 고민을 털어놓은 손님에게 책을 한권씩 건넨다. 책에는 상대방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가 담겼다.

누구든 부담없이 찾아와 마음이 한결 가뿐해졌으면 하는 여우의 ‘호호책방’은 어쩌면 작가가 바랐던 공간이기도 하다. 글을 쓴 김유 작가는 책의 서두에서 “함께 호호 웃고 호호 불어주며 작은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곳, 바닷마을 호호책방에서 누구나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림을 그린 국지승 작가도 고민을 안고 책방을 찾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작가는 따스한 봄에서 싱그러운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를 포착해 파스텔톤의 그림체로 담아내기도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