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원, 회사 지원 없이 병가
노조 “편광필름 공정, 유해환경”
산재 신청… “사업장 조사 계획”

20대 초반부터 40대가 된 지금까지 23년을 한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가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한국니토옵티칼 평택사업장에서 편광필름 제조 공정에 투입돼 온 김모(47)씨는 지난해 12월 만성골수백혈병 진단을 받고 현재 병가 휴직 중이다. 20대 초반부터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정에 투입돼 주야간 12시간을 번갈아 반복하는 고강도 3조2교대 근무를 20년 넘게 이어왔다. 치료에 전념하고 있지만, 회사는 기본급 일부만 지급할 뿐 치료비 지원이나 산재 책임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앞서 고용 책임을 비껴가며 비판을 받았던 일본 닛토덴코 자회사 한국니토옵티칼(4월11일자 인터넷 보도)에서 이번엔 백혈병 산재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지난 4월25일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을 통해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에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신청했다. 김씨는 오는 8월부터 무급휴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
김씨가 담당했던 공정은 편광필름 생산 전 단계로, 열과 유기용제를 이용한 합성 및 세척 공정이 반복되는 작업이었다. 수년간 유해화학물질이 다량 사용되는 환경에서 일했지만, 금속노조는 “방독마스크의 상태가 헐거워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고, 보호구 착용에도 화학물질 냄새가 충분히 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작업 환경에서는 톨루엔, BA, EA, IPA, 페놀 등 유해화학물질이 다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톨루엔은 벤젠 노출의 원인으로, 백혈병 등 혈액 질환과의 연관성이 지적돼 온 물질이다. 김씨는 특수건강 검진 결과에서 톨루엔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니토옵티칼은 톨루엔을 연간 수천 톤 단위로 구매·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장은 톨루엔 외에도 수십여 종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것으로도 등록돼 있다.
이에 유전병력이 없던 김씨에게 백혈병이 발병한 점을 고려할 때 작업환경과의 연관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란 노무사(반올림)는 “산재 신청 이후 두 달 넘도록 공단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지난 18일 기자회견 직후에서야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회사 측은 백혈병을 지병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동료 2명도 유사 질환을 진단받았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속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 4월 산재요양급여를 신청한 피해자 외에도 2명의 백혈병 피해자가 더 있다. 하지만 회사는 피해자를 감추고 있고 산재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명백한 산재 은폐”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현재 수립 단계”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니토옵티칼은 해당 사태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본지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