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기 유권자 지형 민주당 유리
스웨덴 사민당 수성 노년·여성 지지
노무현처럼 성별무관 결집 어려워져
보수 불리 정치, 민주 책임 막중 의미
대통령 워커홀릭, 당 DNA에 긍정적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시작이 나쁘지 않다. 거부권에 가로막혔던 특검이 발족했고,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으며, 강점으로 꼽혀온 행정력이 대통령의 자리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노동, 연금, 조세, 의료 등 오랜 난제들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미지수이고 청년 세대의 분열이라는 숙제도 만만치 않지만 국정 운영의 사명감이 엿보이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지속적으로 선거 승리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각별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 비춰보면 한국의 장기 유권자 지형이 얼마나 민주당에 유리한지 알 수 있다.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은 2006년에서 2022년까지 다섯 번의 선거에서 65세 이상 유권자로부터 각각 33·34·38·35·38%의 특표율을 얻으며 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근래 다당제 국가에서 최고 수준의 득표율이다. 전체 여성의 득표율도 31·29·32·31·34%로 항상 가장 높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30·25·30·25·26%를 기록하며 여성보다는 다소 저조했다. 전통의 블루칼라 지지층을 대거 상실한 사민당이 제1당을 수성하는 배경엔 노년표와 여성표의 꾸준한 뒷받침이 있다. 2022년 선거에서 사민당은 좌파당, 녹색당, 중앙당과 연합을 이루었는데 총 득표 48.9%에 노년표 합계는 53%, 여성표는 56%에 이른다. 이들 정당이 매번 선거연합을 이룬 건 아니지만 2006년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65세 이상은 48~53%, 여성표는 53~57%로 큰 변동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한국은 바로 이 유권자 지형을 향해가고 있는 바, 차후 민주당으로 쏠리게 될 노년층의 표심이 스웨덴 사민당연합의 경우보다 훨씬 높다는 점, 아직 본격적인 몰표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면 섬뜩한 뉴노멀이 펼쳐지려 하고 있다.
중년으로부터 노년까지 이어질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에 대적하는 표심이 선거 승리로까지 연결되려면 과거 노무현 세대가 그러했듯 성별을 가리지 않는 결집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인구구조상 수적 열세로 당시보다 더 많은 몰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표심의 강력한 반보수, 반여성혐오, 반이준석 현상으로 인해 노무현 세대의 성별 무관 결집이 재현되기는 극도로 어렵다. 보수진영은 ‘고작 윤석열’의 3년 집권을 위해 이준석을 내세워 청년 여성표를 의도적으로 배척한 결과가 30년 패배로 돌아올 위험에 처한 것이다.
향후 민주당이 선거에 지는 것은 ‘이변’에 해당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렇다. 보수진영은 민주당 정권의 압도적 실정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권 때를 상기해보라. 역대 최악의 정권으로 규정한 집권당에 겨우 0.7% 이겼을 뿐이다. 조국 사태, 부동산 급등, 성비위 3연타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과거 보수진영 지지층이 보수집권당의 가공할 만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몰표를 주었던 것에 대응하기 위해 노무현 세대는 정치적 맷집을 키워왔고 이제 그것이 선거 결과로 가시화되는 중이다. 보수진영에 불리한 정치 지형은 그만큼 민주당의 책임이 막중함을 의미한다. 과거 보수집권당은 국가부도를 실제 일으키고도 보수후보의 분열만 없었다면 재집권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주한 결과가 윤석열이다. 민주당이 유리한 유권자 구조에 안주한다고 해도 선거에 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되면 한국 사회에 큰 불행이다.
일단 다행스러운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워커홀릭이고 휘하 공직자들도 이에 맞춰가려 한다는 것이다. 일반 노동자보다 한층 노동강도를 높이는 공직자의 자세가 차제에 민주당의 DNA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다행인 점은 청년 여성표를 얻으려는 보수진영의 노력에 비하면 민주당이 청년 남성표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그 방법이 맞는지를 떠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수진영보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민주당이 지지층 확대에 적극적인 부분은 확실히 나은 점이다. 정부여당이 계속 정치 지형의 우위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책임감으로 임해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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