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우선순위 정하는 것 가장 중요
가급적 정권 초기에 뚜렷한 방향성을
모든 것 잘하려하면 실망스러운 결과
위대한 지도자, 한두 가지 업적 기억
‘내란 종식’보다 ‘민생 과제’ 우선해야
21대 대통령선거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그를 지지했든 아니든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정치, 경제, 외교, 교육 등 어느 한 분야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14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나름대로 뚜렷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도 있었지만 별다른 업적이 없거나 불행하게 임기를 마친 대통령도 적지 않았다. 6공화국 이후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 당해서 자리에서 물러나고, 4명이 사법처리를 받았다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정책을 선별해서 그것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리더십 연구자들과 실제 국가를 직접 운영해 본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처음 국가나 지자체의 운영을 맡게 된 지도자들은 의욕이 넘치다보니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다보니 마음 먹은대로 모든 일에 성과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일년 이년 시간이 지나가고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임기가 끝난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지도자는 거의 예외 없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이한다.
영국의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가 노동당 지도자가 된 후 행한 첫 전당대회 연설에서 다음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할 정책 세 가지는 바로 ‘교육, 교육, 교육’이라고 설파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나라를 책임지려는 사람으로서 복지나 경제, 외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블레어가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냈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뛰어난 총리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한 것이 배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한두 가지 업적으로 기억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 해체로 문민정부가 정착하는 길을 열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경제, 문화, 기술 인프라를 깔았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링컨은 둘로 쪼개질 위기에 처한 미연방을 지켜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경제공황을 극복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냄으로써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는 열거하기도 어렵다. 민생경제 안정을 통한 중산층 복원, 반도체·배터리·바이오·AI 등 핵심기술 분야의 획기적 발전,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우리나라의 생존전략 모색,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평화 정착, 인구문제 해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다. 사실 이 중에서 하나만 잘 해내도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하는 교훈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가급적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이러저러한 일로 반년, 일년 시간을 보내면 국정운영의 성격이 현안대응으로 흐르게 된다. 긴 안목과 일관성 없는 이런 국정운영은 방향성과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아무 성과도 남지 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내란종식을 앞세우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불법 계엄에 관여한 사람들의 책임을 묻는 일은 당연히 계속 돼야겠지만 그것이 국정의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정권 초기 과거 정부 사정에 전념하다가 실기해서 민생 안정에 실패하고, 결국 윤석열의 등장을 야기했던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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