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업체 고용된 중국동포들

 

숨진 23명 중 中 국적자 17명 달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은 불법

위험한 일터라고는 상상조차 못해

이주노동자 이유 피해 경시 시선도

외국인을 포함한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19일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이 1년 전 사고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간직한 채 남겨져 있다. 2025.6.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외국인을 포함한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19일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이 1년 전 사고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간직한 채 남겨져 있다. 2025.6.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CCTV를 보니까 불이 난 것을 보고도 어쩔 줄 몰라 하더라고요.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겁니다.”

아리셀참사 희생자인 고(故) 엄정정씨의 어머니 이순희(52)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2023년 중국 옌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온 엄씨는 아리셀에서 일한 지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딸은 메신저 대화도 한국어로 할 정도로 한국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연쇄 폭발 가능성이 있어 곧바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교육만 이뤄졌어도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일차전지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폭발사고로 숨진 23명 가운데 중국 국적자는 17명에 달했다. 엄씨 역시도 F-4(재외동포)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생활하던 중국동포였다. 희생자들이 중국동포에 집중된 건 한국사회에 만성화된 ‘불법파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참사 이후 이뤄진 고용노동부 수사에서 아리셀이 지난해 5월부터 무허가 인력파견업체 (주)메이셀을 통해 노동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법상 업무의 위험성과 고용안정 등을 이유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파견 노동자를 두는 건 불법이다. 그러나 이들은 파견업체를 통해 리튬전지를 제조하는 주요 공정에 투입됐고, 제대로 된 소방·안전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유족들 역시 지인 소개나 단순 공고를 보고 일을 시작했을 뿐, 위험한 일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내 강순복씨와 처제 강금복씨를 잃은 허헌우(52)씨는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1년 가까이 쉬다가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었다”면서 “공장에서 한 번 불이 났다고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진압됐다고 하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위험한 곳인 줄 알았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건설업 등에 비해 임금이 낮은 제조업을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면서 중국동포 등 이주노동자들이 빈 자리를 메운다”며 “불법으로 파견된 외국인들은 하루이틀 일한다는 이유로 안전교육 없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장에서는 아직도 불법파견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여전히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참사 이후 노동부 조사에서 한국의 만연한 불법파견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노동부가 1차전지 제조업체를 포함해 229개소를 대상으로 한 불법파견 감독 과정 결과를 보면, 190개소에서 총 94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87개소에서는 무허가 파견 등 불법파견 문제가 밝혀졌다. 유족들은 중국동포 등 희생자들 중에는 이주노동자가 많았다는 이유로 피해를 가볍게 여기는 시선에 속이 상한다고 했다. 이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사과를 받고자 애쓰고 있는데,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시위를 본 적이 있었다”면서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면서 법을 어긴 적도 없고, 세금도 한국인보다 많이 냈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은 외국인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했다.

/마주영·목은수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