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베트남교민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인천 서구에 있는 야외 목재 야적장에서 홀로 사망한 베트남 청년의 유가족들이 돈이 없어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불법체류자였던 도탁칸(25)는 출입국관리소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벌어진 줄 알고 도망치다 목재 야적장으로 숨어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목재 위에 덮어둔 천막 아래서 숨죽여 단속이 끝나길 기다리던 그는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과 추위를 견디다 서서히 죽어갔다.
1년에 3천여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사망한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에 비해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기타’의 비율이 높고, 돌연사와 병사도 많다. 이주노동자 활동 지원가들은 많은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작업환경과 과로에 노출돼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업무 환경이 어떠했는지 사측도 알리지 않으며 고용주에게 밉보여 체류 비자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외국인 동료들의 증언도 얻기 어려워서다.
그렇게 어떤 경위로 사망한 지도 드러나지 못한 이들은 죽어서도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채 한국에 영원히 남게 된다. 지자체와 대사관이 유가족을 찾지 못하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도를 포기해서다. 유가족들이 감당하기엔 장례비용은 턱없이 비싸고 절차는 복잡하다. 결국 이들은 심장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가족의 시신 인도를 포기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 한생을 보냈던 이주노동자는 그렇게 주변에 아는 이가 없는 ‘무연고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고용허가제(EPS) 도입 20주년을 맞은 정부는 “외국인력 업종과 직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업무를 지시받으며 한국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산업을 위한 ‘인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때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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