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보호’ 유족과 엇갈린 주장

 

“작년 말 입건때 초범이라 불구속, 범행 전날 신고했지만 조치 없어”

경찰 ‘보호 제도’ 설명했었다 해명

CCTV 설치 제안도 반박·재반박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은 지난 21일 오후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아내를 살해한 것을) 나는 잘했다고 여긴다. 남은 가족도 아들 하나라 미안한 거 없다”고 말했다. 2025.6.21 /연합뉴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은 지난 21일 오후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아내를 살해한 것을) 나는 잘했다고 여긴다. 남은 가족도 아들 하나라 미안한 거 없다”고 말했다. 2025.6.21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아내를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던 남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아내는 경찰 해명과 달리 과거에도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해 신고가 이뤄졌고, 병원에서 치료받은 기록까지 있다면서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당시 흉기를 든 아버지의 재범을 우려한 아들이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경찰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아내는 살해되기 하루 전 남편이 계속 찾아와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고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이 접근금지 명령이 끝나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취지로 응대했다는 유족의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 이력(지난해 12월 사건 전)이 전혀 없었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최장 6개월간 실시했으며 종료 후에도 피해자에게 안전조치할 수 있음을 적극 권했다며 부실 대응 의혹(6월20일 인터넷 보도)을 일축한 바 있다.

인천지법 이기웅 당직 판사는 살인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21일 발부했다.

그는 앞서 19일 오후 4시30분께 아내 B씨와 함께 살던 인천 부평구 부평동 자택 현관에서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법원이 명령한 ‘주거지에서 퇴거’, ‘100m 이내 접근금지’, ‘연락 제한’ 등 임시조치가 끝난 지 7일 만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 과거 가정폭력 피해 사실 밝혀도, 흉기로 찌르겠다 협박받아도 ‘초범이라’ 불구속

지난해 12월 17일 A씨는 B씨와 말다툼 도중 흉기를 들고 ‘확 찔러 버린다’며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로 경찰에 입건됐다. 다음날 B씨는 A씨가 또다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까 우려해 경찰에 남편과 분리될 수 있도록 임시조치를 법원에 신청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접근·연락 금지 등 임시조치 기간은 2개월간이며, 2회 연장해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들고 B씨를 위협한 것은 처음이라는 이유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B씨는 2017년 당시 경기 군포시 자택에서 A씨가 의자로 폭행해 손이 찢어지고, 이를 말리던 아들 C씨는 팔이 부러지는 가정폭력을 당했다.

22일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들 C씨는 “지난해 12월 어머니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집 주변에 CCTV를 설치해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 동생 D씨는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에서 언니가 도움을 요청하려고 ‘2017년에도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당시 이웃 주민의 신고로 지역(군포) 관할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진료기록도 있다’고 진술했다는 걸 내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니는 경찰(삼산서)이 ‘과거 폭행 사건(군포서)에서 합의가 이뤄져 사건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며 답답해했다”고도 했다.

■ 범행 전날에도 신고해 도움 요청했지만, 출동한 경찰 “접근금지 기간 끝나서…”

A씨는 범행 사흘 전인 지난 16일에 이어 하루 전인 18일에도 B씨를 찾아간 것으로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18일 A씨가 자택에 또 찾아오자 불안감을 느낀 B씨는 그날 밤 동생 D씨 집에 머물렀다 귀가했다. D씨는 “우리 집에 온 언니가 남편(A씨)이 찾아왔다고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D씨 집 관할 부평서)이 ‘접근금지 명령 기간이 종료돼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걸 옆에서 들었다”며 “경찰은 언니에게 남편이 집에 오는 게 두려우면 그 사람이 다른 곳에서 살 수 있도록 돈을 주라고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삼산서 관계자는 “18일 출동한 경찰이 B씨에게 임시조치와 유사하게 A씨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 명령 제도’를 설명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D씨 주장을 반박했다.

또 지난해 12월 신고 이후 CCTV 설치 요구를 경찰이 거절했다는 아들 C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택 주변에 CCTV를 설치하자고 경찰이 먼저 제안했으나 B씨가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재반박했다.

삼산서 관계자는 과거 가정폭력 신고 이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던 것과 관련해선 “2017년 군포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이 일반 소음 신고로 접수돼 ‘가정폭력 사건 신고’ 이력에 남아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선아·송윤지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