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 실물경제 부정적인 영향

수출 의존도 높은 중소기업 큰 타격

특정 품목 국한된 일시적 세금 아냐

미국 내에서도 타당성 등 논쟁 지속

외부환경 요동치는 지금 ‘내실’ 필요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요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관세’, ‘공급망’ 같은 단어들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장으로서 지역 기업과 정책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런 변화들이 실물경제 전반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앞으로 칼럼을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과 화폐, 중앙은행의 역할이 우리의 경제적 선택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보려 한다. 그 출발점은 ‘관세’다.

얼마 전 미국에 잠시 다녀올 일이 있었다. 체류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관세가 현지 물가나 시장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직접적인 체감은 쉽지 않았지만 ‘관세 부담 없는 미국산 가구’를 강조하는 라디오 광고가 반복되는 등 소비자 선택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다.

지난 4월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185개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기본 10%에 더해 ‘불공정 무역국’에는 추가 관세가 매겨졌고 한국은 25%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자동차, 철강, IT제품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이 조치는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선다. 미국은 중국과 협상하여 90일간 고율관세를 인하한 뒤, 동맹국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스티븐 미란은 관세가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글로벌 수요와 일자리를 자국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 도구로 보고 있다.

이처럼 관세가 구조적 정책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에도 국제 금융계는 시장 참여자들이 그 영향력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JP모건 다이먼 회장은 “시장과 세계가 관세의 영향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가운데 현지시간 5월28일,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에서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무효’ 판결이 내려지며 미국의 관세 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법원은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관세의 시행 중단을 명령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는 행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호관세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복원하면서 법적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관세를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가 아닌 ‘자유시장 질서 회복’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만큼 정책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이제 관세가 우리 경제와 일상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살펴보겠다. 한국은행의 지난 2월 경제전망보고서 ‘美 신정부 관세정책의 글로벌 및 우리 경제 영향’에 따르면 상호관세 부과는 수출기업의 이익 감소는 물론 국내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 소비자 물가 상승 등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특히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충격이 크며 가격 전가가 어렵거나 대체 시장 확보가 힘든 중소·중견기업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경기 남부의 자동차, 반도체, 전자부품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 속에서 가격 경쟁력과 생산지 조정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관세는 더 이상 특정 품목에만 국한된 일시적 세금이 아니다. 제도와 법, 정치가 맞물려 작동하는 복합적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그 타당성과 향후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외부 환경이 요동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내실이다. 대응 전략은 바뀔 수 있지만 그 전략을 떠받치는 체력은 오직 우리 안에서 길러야 한다.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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