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참여 강사, 온라인 기사 댓글
특정 정치 입장 조직적 지지·반대
교육의 정치 중립성·공공성 위배
늘봄학교 등 정책 불신 확산 우려
‘교육내란 사태’ 제대로 정리해야
교육계의 최대 현안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리박스쿨’이다. 이 단체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공부하는 조직을 표방하는 극우단체다. 개인의 자유를 탄압하고 억압했던 독재자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해왔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 단체가 어린아이들 교육으로 활동 영역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사상을 전달하고 있다. ‘대한민국송’이라는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 가사를 보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1절에는 ‘대한민국! 자유없던 조선 땅에 가우처 박사가 보빙사를 만나면서 시작되었고, 자유독립정신으로 학교 세우니 배재학당 아펜젤러, 광혜원 알렌…’, 2절에는 ‘건국대통령 이승만 원조 받으니 시장경제 터잡으시고… 박정희 부국강병 경제개발’, 3·4절에는 ‘정주영, 이병철부터 포철 박태준과 대한항공 조중훈 부국강병 만들었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바 대한민국은 외국 선교사가 자유와 학교를 선물해주었고 이승만 박정희가 경제를 일으키고 대기업 자본가들이 부국강병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이 가사 어디에도 민족교육, 민주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하는 말은 우리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리박스쿨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단순한 우파단체의 일탈이 아니라 공교육의 본질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외형상 어린이, 청소년 및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활동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검증되지 않은 강사 투입, 이념 편향적 콘텐츠 제공, 온라인 여론 조작 의혹 등 매우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먼저 리박스쿨을 둘러싼 문제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누가, 왜, 어떻게 이러한 조직적 활동을 전개했는지 분명히 확인하고 학교에 미친 악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야 한다. 이 단체를 주도한 사람이 어떻게 교육부장관 정책자문위원과 평통자문위원이 되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어떻게 이 단체에게 창의체험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하도록 해주었는지에 대해서도 연결고리를 밝혀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단체의 참여 강사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의 정치관련 기사에 댓글을 다는 등 특정 정치적 입장을 조직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여론 형성 활동에 참여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는 교육활동의 외연을 넘어서 교육자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또한 리박스쿨은 일부 강좌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해석을 주입한 정황이 보고되고 있다.
리박스쿨 사태는 단순한 관리·감독 미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 위협이라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교육은 국가적 책무 아래 운영되는 공공 재화이며 어떠한 파당적인 정치적 목적에도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리박스쿨의 사례는 교육의 장을 이념 대립의 전장으로 변질시킨 위험한 선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리박스쿨 사태는 늘봄학교라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이는 동시에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후 수습만이 아니라 제도적 정비와 구조적 대응을 통해 교육의 공적 책임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리박스쿨 사태는 한국 교육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교육이 특정 세력의 도구가 되는 순간, 비판적 시민은 길러지지 않고 복제된 관념만이 반복될 뿐이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본질인 자유, 공공성, 다양성, 책임성을 지켜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공교육이 지켜나가야 하는 가치, 이상을 더 이상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빛의 혁명’은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공교육 장면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교육내란사태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올바른 교육의 가치와 방향을 회복해야만 한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며 역사의 명령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