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방지 보완책 목소리
대구서도 이달 전 연인 흉기살해
입법조사처 “구조적 한계 드러나”
의무체포·감시 시스템 등 필요성

‘동탄 납치 살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입법 움직임(6월 16일자 1면 보도)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가정폭력 대응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유사 사건이 반복되면서 의무체포 도입과 대상 확대 등 보완 대책의 목소리가 제도권에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동탄 납치·살인 사건으로 본 가정·교제폭력 대응체계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란 보고서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입법조사처는 “이 사건은 한국 가정폭력 대응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교제관계 포함, 현행범 체포 요건 완화, 위치추적 전자감시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특히 가정폭력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개정 과제로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폭행 발생 24시간 이내 현행범으로 간주해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와 정당방위 등을 위한 쌍방폭행 판단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의 GPS 위치추적 전자감시 도입과 사실혼을 넘어 교제관계까지 가정폭력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보호조치를 요청했지만 가해자에게 보복당하는 사건이 대구 등 전국적으로 반복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달서구에선 40대 남성이 아파트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전 연인 관계인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당시 그는 스토킹 혐의로 조사받으며 여성과 접근금지된 상태였지만 이를 어기고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가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불구속 수사로 진행되는 등 동탄 납치·살인 사건처럼 수사 당국의 조치에 사각지대가 발생한 셈이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한국은 가정·교제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피해자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후에도 불안에 시달리거나 숨어 지내야 한다”며 “현재 감시제도가 없음은 물론 최장 6개월(피해자 보호명령은 2년)인 가정폭력 접근금지 기간도 해외에 비해 확연히 짧다”고 지적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