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정문 앞 간이 연단 위에 제사상 마련

유가족, 밖으로 나오라고 연신 불러내기도

담벼락에 ‘박순관 구속수사’ 등 파란 리본

24일 오전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6.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4일 오전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6.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4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전곡해양산업단지 내 아리셀 공장 정문 앞. 담벼락과 마주한 인도에 설치된 간이 연단 위에는 과일과 떡이 올라간 제사상이 마련됐다. 가운데 놓인 위패에는 ‘모든 영가(靈家)’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유족들의 ‘가족의 일원들’이라는 의미로, ‘아리셀 참사’로 숨진 23명을 의미한다.

지난해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난 화재·폭발사고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은 이날, 희생자들의 넋을 기르는 위령제 겸 추모제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진행하고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 아리셀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가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정명근 화성시장, 김대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 김재병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이종돈 경기도 안전관리실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위령제가 시작되자 한 두 명씩 연단에 오른 유가족들은 제사상을 앞에 두고 절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유가족은 주저앉아 ‘불쌍한 것’이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들이 갖고 와 제사상에 올려 둔 꽃다발에는 국화꽃이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 소속 스님들은 “극락왕생”, “나무아미타불”을 되뇌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24일 오전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6.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4일 오전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6.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고(故)엄정정씨의 어머니 이순희(52)씨는 “참사 1년이 더 됐는데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딸이 문을 열고 ‘엄마’를 부르며 들어올 것 같다”면서 “20년 동안 살았던 한국이 너무 좋아서 자식을 데려왔는데, 두 달 만에 잃었다는 게 억울하고 분통하다. 안전교육 없이 위험한 곳에 노동자들을 파견 보낸 한국 정부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유족들과 시민들은 위패를 손에 든 채 아리셀 공장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아리셀 공장 건물은 사고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유족들은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문을 연 뒤, 그 안으로 헌화를 했다. 뒤이어 ‘모든 영가’가 적힌 위패를 태웠다. 유족들은 “불쌍해서 어떡해”, “보고싶어 죽겠다”고 소리치며 얼른 밖으로 나오라고 손으로 연신 불러내기도 했다.

아리셀 공장 건물 담벼락에는 ‘박순관을 구속수사하고 처벌하라’, ‘책임자처벌 유가족의 한을 풀자’ 등이 적힌 파란색 리본이 줄지어 묶여있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세월호, 이태원 이후에도 23명의 가족들이 사회적 참사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해마다 오늘이 돌아올 것이고 그때마다 아픔은 이어질 텐데, 그 상처가 조금이나마 무뎌지기 위해 필요한 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책임 있는 사과뿐”이라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