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소외된 목소리 끌어올려 부상
문제의 해결 아닌 갈등 부추기는 결과
이대남 현상 극복, 한국정치가 풀 과제
비판·대안 없는 포용, 불만 해소 못해
지난 대통령선거를 복기해보면 선거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변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었다. 선거 결과 최종 득표율은 8.3%로 나타났으나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신생정당의 젊은 청년 정치인이 8%이상의 득표는 상당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얻은 지지율은 한국정치의 어두운 그림자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준석 후보의 득표는 20대 남성 37.2%와 30대 남성 25.8% 지지에 힘입은 것으로 20대 여성의 10.3% 지지, 30대 여성의 9.3% 지지에서 보듯 극단적인 성별 지지율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여성 및 중장년층에서는 지지율이 낮아 그의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협소하며 극심한 젠더 편중적 특징을 띠고 있다. 이른바 ‘이대남’ 갈라치기의 결과이다.
이대남(20대 남성)은 최근 일베나 에펨코리아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하면서 독특한 정치적 성향을 보이며 부상했다. 이 세력은 본래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를 지지해오다가 이번에는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은 병역의무, 군 가산점 폐지, 여성가족부 존재에 대한 불만 표출에서 보듯 깊은 남성 ‘역차별’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극렬한 반페미니즘 의식을 공유하면서 혐오와 분노의 정서에 기초한 남성중심주의 문화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대남의 정서는 정치적 환멸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무차별적인 반대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극우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들의 남성중심 정서를 자극하고 분노 표출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준석은 이 같은 이대남 세대의 불만을 포착하고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 정치세력화를 시도했으나 동시에 젠더 갈등 심화, 혐오 정치 조장 가능성, 특정 세대 편중, 문제의 본질에 대한 피상적 접근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준석은 이대남이라는 소외된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림으로써 대선판의 ‘다크호스’로 부상했으나 문제의 해결이 아닌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으며, 6·3 대선 3차 TV토론에서의 여성 신체 대상 성폭력성 발언 등 정치적 ‘미래가 어두운’ 정치가가 되었다.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 정치의 역할이지만 왜곡된 성평등 의식에 기반한 불만을 이용하는 태도는 수준 낮은 정치이다.
이대남 현상으로 나타난 양극화 현상의 극복은 정치인 이준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러자면 이대남 현상의 구조적 요인을 직시해야 한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적 불안정은 이들의 삶을 옥죄는 가장 큰 요인이다. 고학력화된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청년 실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들의 사회진입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며 결혼과 출산 등 전통적인 가족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 할당제나 특정 집단에 대한 우대 정책은 역차별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구직활동에서 학벌이나 스펙보다 성별이 더 큰 장벽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도 크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누렸던 기회와 비교하며 자신들이 직면한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대한 깊은 좌절감을 표출한다. 학연, 지연, 혈연 등 불투명한 인맥 중심의 사회 구조와 불평등한 분배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의 가치관과 충돌하며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남 현상은 매우 복합적인 사회현상이다. 이것에 대한 논리적 비판이나 대안 없는 포용정책으로 이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없으며 미래 없는 세대들이 직면한 실제적 불안과 소외의 구조적 원인을 해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가운데 갈등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대남 현상으로 대표되는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도 걸려 있다.
/김창수 인문도시연구소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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