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6월24일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고민거리를 던졌다.
지난 1년간 밝혀진 사고의 전말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현실을 드러냈다. 제조업체에 속하는 아리셀은 법적으로 파견 근무가 금지된 곳이다. 하지만 희생자 대부분은 파견업체를 통해 공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하루이틀 일하고 떠나는 파견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이뤄질 리 없었다.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 유족들은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화재로 20대 딸을 잃은 어머니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한 번만 제대로 물어봤다면, 위험한 곳에서 일하면 안 된다고 말렸을 텐데. 이제는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작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사회는 노동자들에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정부는 사고 이후 각종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핵심 문제로 떠오른 불법파견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방안은 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이주노동자 20명이 일하다 죽었다. 매년 산업재해 사망자의 10% 내외를 차지하던 비율이 올해는 14.6%까지 오른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고용노동부의 느슨한 감시 덕에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불법으로 위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화마의 흔적이 무색하게 아리셀 공장을 둘러싼 산업단지는 지금도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산단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는 “그날 사고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서도 안전 문제에 관해 묻자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알면서 애써 외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일상이 너무 닮아서다.
공장만 멈췄을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문제로, 다른 사고를 기다리고 있다.
/마주영 사회부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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