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의 생명은 병상이 아니라 시간에 달려 있다.”
매일 생사를 넘나드는 위급상황을 겪고 안도의 숨을 쉴 때마다 뇌리에 맴도는 생각이다. 119 구급대원으로서 날마다 절감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심뇌혈관 질환자, 심정지 환자에게는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을 마주하지만 지금 양주에는 응급환자를 수용할 종합병원이 전무하다.
현장에서 환자를 구조하는 것보다 이송할 병상을 찾아 떠도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신속히 구조하더라도 가까운 곳에 환자를 살릴 병원이 없다. 한시가 급한 보호자는 애가 타 구급차에서 자꾸 묻는다. “왜 이렇게 멀리 가시나요?”, “병원에는 언제 도착하는 건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우리 구급대원은 깊은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경기 북부와 남부지역 간 의료인프라 격차는 우려할 정도다. 지난해 경기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합한 의료기관은 모두 72곳으로, 이중 53곳(73.6%)이 남부에 몰린 반면 북부에는 19곳(26.4%)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증질환을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이 남부에는 6곳이나 되지만 북부에는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양주·동두천·연천 주민들은 한밤중 갑자기 아프면 서울로 ‘의료원정’을 떠나야 한다. 그나마 운이 따라야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공공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짊어진 최소한의 책임이다. 양주는 곳곳에 군부대와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령 인구비율도 매우 높아 응급의료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 양질의 의료인프라 구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양주시 공공의료원 설립은 단순히 병원 하나를 세우는 것을 넘어 지역의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정부와 경기도가 양주시에 공공의료원을 더 이상 지체없이 건립하기를 염원한다.
/김명철 양주소방서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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