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지리정보 지속적 요구
정부, 안보 등 근거 반출 신중 입장
美·日·EU 등도 유출 방지 노력 추세
AI 육성 미래 해외기업 협업 불가피
센터 국내 설치 등 기준 구체화 필요
무엇 때문에 구글과 애플은 반복적으로 국내 고정밀 지도를 요구하고 있는가.
구글은 5천분의 1 지도의 필요성을 구글맵의 도보 이동 경로 안내나 세부 장소 검색 등이 작동하지 않아 서비스 질이 낮다는 이유를 들었다.
애플도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외형적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지도와 지리정보 데이터의 중요성과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도심 항공교통,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대표부가 무역장벽의 하나로 지도의 국외 반출 제한을 들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다. 한·미 간 무역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만약 지리정보 데이터나 고정밀 지도가 이전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정보에 대한 한국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군사기지, 공항, 항만, 발전소, 통신시설 등의 국가 중요 시설의 정보가 담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두면 정보 유출 우려도 커진다. 정부가 구글의 요청을 보류하자 최근 애플은 서버를 국내에 두고, 국가 보안시설에 대한 보안 요건 등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미국은 2018년에 외국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과 대미외국투자위원회(CFIUS)를 통해 위치정보 데이터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차량용 GPS, 웨어러블 전자 기기와 같은 위치 지정 시스템, 휴대폰 또는 WiFi 접속 포인트를 사용하여 수집된 지리적 위치 데이터 등을 민감 데이터로 규정하고, CFIUS의 심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행정 명령을 통해 중국 등이 정부 관련 데이터나 대량의 민감 개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거래를 통제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안전보장전략과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에서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U도 데이터의 EU 역외로의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주요국이 경제 안보와 산업기술 기반 강화를 위해 데이터 유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기술 패권 전쟁이 AI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투자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강화를 위한 대통령 행정 명령을 지난 1월에 했다. 중국은 10개의 허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일본에 AI 데이터센터를, 아마존과 구글은 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인도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네 번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리정보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산업의 활성화와 국가 안보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국가와 달리 남북한의 대치 상황이고, 지리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항이다. 경제 안보 관점에서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어느 나라의 법률을 따를 것인지, 데이터의 안전성과 데이터 주권의 확보가 갈수록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데이터 주권이 있어야만 외국에 의해 데이터가 공개되는 위험을 피하고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가 있어야 AI 산업 육성도 첨단 미래 산업도 가능하다. 하지만 첨단 산업과 신흥기술을 육성해야 하는 우리의 산업전략 차원에서 보면 외국 기업과의 협업 또한 불가피하다. 이재명 정부가 국가 안보 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경우 그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도와 관련 지리정보 데이터의 관리와 통제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 국내에 관련 데이터센터의 설치·운용을 고정밀 지도 반출의 허가 요건으로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요 보안시설 등에 대한 보안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도와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신흥기술의 공동연구와 첨단 산업에 대한 참여 등 한국과의 협업을 필수조건으로 해야 한다. 외국의 요구나 투자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고정밀 지도나 위치정보 데이터는 외국 정부나 기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의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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