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용인원 600명도 넘는 대규모 시설에 제대로 된 소방시설 하나 없었다니 어이가 없다. 이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설이 어떻게 준공허가 등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결국 모든 게 어른들의 무책임과 무신경, 미숙한 사고 대응 등이 빚어낸 어이없는 참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1999년 7월 1일자 2면 사설 중)

1999년 6월 30일 새벽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컨테이너 박스 52개를 쌓아 만든 2·3층 객실, 스티로폼 천장, 먹통 화재경보기, 2곳뿐인 비상계단. 인솔교사 없는 301호, 놓쳐버린 골든타임. 최악에 최악이 겹쳤다. 불법 건축물 뒤에는 인허가 비리가 있었다. 씨랜드 화재 참사는 어른들의 잘못이 부른 비극이다. 서울 소망유치원 햇님반 세라양 등 19명에게 마지막 캠프가 됐다. 김영재 화성 마도초등학교 교사를 포함해 모두 23명이 희생됐다.

유가족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단 3일 만에 화인으로 모기향을 지목했다. 합선·누전 등 전기적 요인은 배제한 미심쩍은 발표였다. 모의실험에서도 모기향으로는 화재가 발생하질 않았다. 김순덕씨도 어린 아들을 잃었다. 태극마크 달고 금메달 딴 여자하키 국가대표다. 참사 넉달 만에 또,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가 발생했다. 절망한 김씨는 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었을 테다.

수련원장 일가의 불법DNA는 말문이 막힌다. 참사 현장 바로 옆에 식물원카페를 열었다. 2층을 불법 증축했다. 화성시 소유인 참사 부지는 주차장으로 불법 이용했다. 이런 사연도 모른 채 일부 매체는 지역 명소로 소개했다.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땅에서 돈벌이를 하다니.” 유가족은 억장이 무너졌다.

화성 서신면 궁평관광지 안에 씨랜드 화재참사 추모공원이 조성됐다. 2025년 6월 30일, 꼬박 26년 걸렸다. 6살이던 아이들이 30대가 됐을 긴 세월이다. 이제야 국화 한 송이 편히 놓을 곳이 생겼다. “아이야, 너희들이 천사 되어/꿈속에서 일깨워 주려마/다시는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말이다.” 박경란 시인의 추모시가 위로를 건넨다. 방치와 망각으로 참사가 반복된다. 부디 비극의 땅이 안전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 어린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