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취 품은 동네… 가치 알리고파”
각각 40여점 사진 선뵈며 고색동 조명
시간 쌓이며 결과물 만드는 과정 매력
마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각별한 감정
영신연와·상상캠퍼스 등 전통 깃들어
서수원의 가능성 깨닫는 기회 됐으면

낡은 골목, 철거를 앞둔 집, 허물어진 담벼락….
사라져가는 동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박김형준과 서동수를 지난달 말 수원 고색뉴지엄에서 만났다. 이들은 고색뉴지엄에서 열린 ‘고색_古索, 다시 찾은 땅’전 참여작가다.
전시에선 두 작가가 각각 40여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이들은 주로 황구지천과 서호천 사이에 놓인 동네인 수원 고색동을 조명한다. 고색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네다.
이런 특성은 두 작가가 오랜시간 고색동 곳곳을 기록하게 된 이유와 맞닿아있다.
박 작가는 “고색동에는 옛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 많다”며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니던 길은 과거 황구지천과 서호천을 잇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가 됐다”고 했다. 이어 “과거와 현재의 풍경을 다룬, 시간이 쌓이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편”이라고 했다.
고색동에서 나고 자란 서 작가도 “아이와 함께 마을 산책하다 찍은 사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고색동 토박이가 마을의 변화를 직접 기록하는 일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대문화유산과 산업유산에 관심을 갖고 주로 정미소, 영신연와 등을 사진으로 남겼다“라고 했다.
또한 “이제는 볼 수 없는 공간과 사람의 서사가 담긴 작품에 특히 더 마음이 향한다”고 했다.

마을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두 작가이기에 ‘고색동’은 더욱 각별하다. 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색동은 제 고향이니까요. 생각만 해도 뭉클해지는 게 있죠…그런데 고색동이 위치한 서수원은 난개발 상태라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영신연와, 상상캠퍼스 등 전통과 문화가 깃든 동네거든요.”
박 작가도 말을 보탰다. “수원 하면 동수원, 행궁동, 광교만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서수원은 여전히 개발제한구역과 그린벨트가 많이 남아있는 편이고, 근대 풍경이 곳곳에 보존돼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기록할만한 가치가 충분하죠.”
두 작가는 이번 전시가 서수원의 가치를 조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들은 “근현대 산업유산인 영신연와 벽돌공장을 알리기 위해 전시회를 연 적이 있는데, 당시 많은 이들이 영신연와를 새롭게 알게 됐다”며 “이번 전시도 고색동, 나아가 서수원의 가능성을 다시금 깨닫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시는 오는 6일까지 이어진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