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중요한 ‘분석’… 쉬운편
통찰력 따라 가치 차이나는 ‘해석’
사람 볼때 적용하면 공감 생기고
내면까지 탐색 가능… 연습해보길
한층 더 ‘성숙한 나’ 만날수 있어

자전거에 대해 설명하라고 했을 때 자전거는 두 개의 바퀴와 이를 연결하는 체인 그리고 패들과 안장 및 손잡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한편 자전거는 운송수단이기도 하고 여가생활의 도구나 운동기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분석(分析)에 익숙하고 후자는 해석(解釋)에 익숙하다고 볼 수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좋은지 나쁜지의 문제나 옳은지 그른지의 문제는 아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분석은 사실(fact)이 중요하고 과학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분석을 잘하는 사람은 지식에 기반하고 순서나 절차 등에 중점을 둔 체계적(systematic)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해석을 잘하는 사람은 맥락(context)이 중요하고 예술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편안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동안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상황이나 환경 등을 고려한 체제적(systemic)인 방법을 선호한다. 많은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방법을 알고 있거나 특정한 분석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면 분석하는데 무리는 없다. 이는 분석의 결과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차이가 난다면 분석한 사람의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해석은 다르다. 같은 대상 혹은 동일한 결과라고 할지라도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달리 말하면 해석은 해석하는 사람의 식견과 경험 그리고 통찰력의 수준에 따라 의미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석과 해석은 비단 사물이나 데이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분석적 사고로 보느냐 혹은 해석적 사고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을 분석적 사고로 바라보는 것은 쉽다. 그리고 분석적 사고로 사람을 보게 되면 작고 세밀한 부분까지도 볼 수 있다. 이른바 평가라는 것을 할 수 있다. 대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많고 비교하거나 대입해 볼 수 있는 기준 등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면을 놓치기도 쉽다. 이른바 숲은 안보고 나무만 보는 격이다. 그래서 사람을 바라볼 때에는 해석적 사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사고로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기 전까지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해야 하고 다양한 상황을 전제로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는 고민도 생긴다.
그런데 해석적 사고로 사람을 바라보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우선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바라보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관계적인 측면에서의 실수도 줄어든다. 한 번 더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감이라는 것도 생겨나고 다양한 변수도 고려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겉으로는 보여지지 않는 내면을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자신을 해석적 사고로 바라봐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신뢰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사람을 분석적 사고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해석적 사고로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대부분은 그동안 봐왔던 방식, 즉 익숙한 사고로 사람을 보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한쪽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이는 균형을 잃기 쉽고 편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다. 스스로를 바라볼 때는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타인을 바라볼 때는 해석적으로 사고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해보는 것만으로도 한층 더 성숙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봉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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