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정치부 차장
강기정 정치부 차장

학창시절엔 ‘놀토(토요휴업제)’가 있었다. 등교하지 않는 토요일을 뜻하는 단어였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주 5일 근무제는 2004년에 도입됐는데 시행과 맞물려 한 달에 한 번 놀토가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이전에는 토요일에 학교를 가는 게 자연스러웠던 터라, 늦잠을 자도 되는 토요일은 어딘가 낯설면서도 퍽 설렜었다.

한 달에 한 번이었던 놀토는 어느새 두 번으로 늘어나 격주로 실시됐다. 학교는 가지 않았지만 학원 보충 수업이 빈틈을 메운 것은 오래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결국 가방을 메고 어딘가로 가야하는 것은 같았지만 돌이켜 보면 의미가 없진 않았다. 생산성 하락 등에 대한 우려 속 편법 초과 근무 논란 등도 곳곳에서 꾸준히 이어졌지만 그러는 새 토요일은 당연히 쉬어야 하는 날로 자리 잡혔다.

쉬는 날 별도의 보상 없이 근무하는 게 더 이상 열정이나 성실함이 아닌 부당함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안착한 것도 거슬러 올라가면 주 5일 근무제 도입에서 비롯된 근로 시간 단축 움직임에서 촉발됐다. 같은 논란은 최대 근로 가능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할 때도 반복돼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만연했던 피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가 다소 더딘듯 해도 분명 앞을 향하고 있다.

주 4.5일제 도입이 화두로 떠오른 게 단적인 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는데 이를 공약화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논란조차 현재진행형인데 과연 최대 근로 시간을 더 단축하는 게 가능할지,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시행을 위해 공공 재정을 투입하는 게 옳은 일일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막연하고 두렵다. 실제로는 가시밭길이어서 상처뿐인 전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진일보’는 걸음을 내딛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주 5일제, 주 52시간 최대 근로를 넘어 주 4.5일제 시범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를 응원하는 이유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