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사고 ‘2차 피해’ 사전차단 취지
구조·개인정보 보호·차별 방지 등
피해자 구체적·온전한 권리 명시
그간 공공대응 주로 복구만 집중
도의회 이달 임시회서 논의 전망
재난 유형이 다양해지고 빈도가 잦아지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재난에 따른 고통에 인권 침해 등 2차 피해까지 중첩적으로 받는 경우가 번번이 지적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였던 지난해, 아리셀 화재 사고 등을 겪었던 경기도에서 재난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된다.
2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이영봉(민·의정부2) 의원은 ‘경기도 재난 피해자 인권 보장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각종 자연·사회 재난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도민들이 인권 침해 등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취지다. 그간 재난이 발생하면 공공에선 인명, 재산상 피해를 복구하고 보상하는 일 등에만 상대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이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등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었다는 목소리가 컸다. 오히려 공공에서 피해자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일 등마저 때때로 발생했지만,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주장 등도 꾸준했다.
조례안은 신속하게 구조받고 재난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개인정보·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차별 없이 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명시한 게 특징이다. 피해자가 이런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도록 경기도로 하여금 관련 기본계획을 마련토록 하는 한편, 재난 피해자 인권 보장 위원회를 설치해 재난 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례에 대응토록 했다. 이를 토대로 공공의 재난 대응 정책 수립 과정에 인권 문제를 충분히 고려토록 하는 한편 민간과의 협력 체계도 보다 탄탄히 구축토록 했다. 조례안은 이르면 오는 15일 시작하는 도의회 7월 임시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발의에 앞서 지난달 30일 도의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도·도의회 정책토론의 일환으로 실시된 ‘경기도 재난 피해자 인권 보장 조례 제정 필요성과 방향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실제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겪었던 각종 2차 피해 상황을 공유하며 조례 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순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피해자들은 왜 사고가 났는지 알 권리가 있다. 11년간 성역 없는 규명을 요구했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사고들과 비교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보상금을 얼마 받는지에만 초점이 맞춰 보도됐다. 사회 갈등 속 피해자들이 고립되고 상처만 남았다. 이런 2차 피해는 이태원 참사 때도 반복됐다. 피해자 중심의 제도가 정착돼야만 이중 고통을 받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도 “코로나19 대유행 때만 비춰봐도 외국인 주민들에 대한 강제 검사 행정 명령 등이 당연하게 이뤄졌는데,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날 것 그대로의 차별이 보다 쉽게 이뤄졌다”며 “누구나 재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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