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문해도 숨졌거나 연락 끊겨… 남은 15명 ‘56년째 유죄’

 

진실화해위 결정문 5명만 신청

무진호 선원 박씨는 사망 제외

“직권재심 위해 목록 확보돼야”

백령도 납북어민 심세인(85)씨가 56년 만에 범죄자 굴레를 벗었다. 인천지법에서 지난달 25일 진행된 재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심씨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심씨 등은 1967년 10월1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가 납북됐다. 이때 심씨를 포함해 20명이 납북됐다가, 2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 중 1명은 귀환 이후 5개월 만에 숨졌다. 유죄 판결을 받은 19명 중 이번에 재심 판결이 난 건 심씨 등 4명뿐이다.(6월26일자 6면 보도) → 일지 참조

56년만… ‘국보법 유죄’ 누명 벗은 백령도 납북어민

56년만… ‘국보법 유죄’ 누명 벗은 백령도 납북어민

1967년 10월 12일 어선 무진호, KI3호 등에 승선해 옹진군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을 하다가 납북됐으며, 2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에 돌아왔다. 국내에서 심씨 등은 서해안 어로한계선을 넘어가 북측 해역에서 조업했다는 이유로 1968년 9월 국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4257

■ 재심,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나

재심 절차가 시작된 계기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문이다. 2023년 12월 진실화해위는 심씨를 포함해 20명이 납북된 사건에 대해 “국가는 무진호 납북귀환어부 및 그 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결정문의 대상이 된 납북어부는 무진호 선장과 선원 등 5명이었다. 당시 4척의 배에 타고 있던 20명이 함께 납북됐으나, 무진호 선장 박모씨 유가족이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하면서 5명에 대해서만 진실규명이 이뤄졌다.

다만 진실화해위는 권고문에서 “무진호, 재생호 등 선박 4척과 선원 20명은 상어잡이 조업을 위해 백령면 연화리 두무진 포구를 출발했다가 같은 날 오후 3시께 총을 쏘며 위협을 가하는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번 재심을 시작하기 전 심씨 법률대리인인 서창효 변호사는 재심을 신청하기 전 최대한 많은 피해자가 참여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백령도를 찾아 피해자들을 수소문했다. 긴 시간이 지나다 보니 피해자 다수가 숨졌고, 연락이 닿지 않는 유가족도 있었다. 결국 심씨 등 4명만 서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한 채로 재심 절차가 시작됐다. 심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 3명은 숨져 유가족이 위임했다.

재심 재판 선고 날인 지난달 25일 인천지법 이창경 판사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 변호사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번 무죄 선고로 과거에 억울했던 부분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피해자분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명예회복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다른 피해자 15명에 대한 재심은?

심씨 등 납북어부 4명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지만, 나머지 15명에 대해선 재심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숨진 무진호 선원 박모씨는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숨졌기 때문에, 재심 대상이 아니었다. 박씨 유족은 국가배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재심 확정으로 함께 심씨와 함께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유죄를 선고받았던 15명의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재심 절차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검찰청은 2017년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 청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검찰은 재심 직권 청구 대상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가 재심을 권고한 사건(2006~2010년) 중 공동피고인들의 재심 무죄 판결이 있었음에도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필요성이 있는 사건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대검찰청은 재심 신청 기준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백령도 납북어민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검찰은 2023년 납북귀한 여부 35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때 청구 대상자는 1968년 10~11월 동해상에서 조업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끌려가 억류됐다가 귀환해 반공법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어민들이었다.

서 변호사는 “검찰은 심세인씨 재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증거자료와 진실화해위 결정문 등을 확인했다”며 “국가기관인 검찰이 피해자들을 위해 직권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직권으로 납북귀환 어부들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목록이 필요한데 현재 인천지검이 목록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직권 재심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운·정선아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