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지 않는 개구리 찾아 발걸음 떼
우정·그리움 기반된 상상력 자극 스토리

■ 창덕궁에 불이 꺼지면┃최정혜 지음. 책읽는곰 펴냄. 44쪽. 1만5천원

창덕궁의 오래된 돌다리 금천교. 그 난간 위에 자리잡은 해치. 해치는 오래전 궁궐을 지키는 역할을 해왔다.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된 궁궐에서 해치는 할 일이 없어졌고, 움직이는 법조차 잊어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해치를 찾아온 개구리. 개구리는 궁궐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조잘조잘 알려준다. 해치는 개구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귀가 쫑긋, 발이 움찔, 꼬리가 살랑거린다.
창덕궁에 불이 꺼지고 사람들 발길이 끊기면 하루도 빠짐없이 해치를 찾아오던 개구리. 그런 개구리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해치는 하염없이 개구리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어디가 아픈 걸까?’ ‘나보다 좋은 친구를 만난 건가?’ 온갖 걱정을 쏟아내던 해치는 결국 개구리를 찾아 궁궐로 발을 내딛는다.
최정혜 작가의 ‘창덕궁에 불이 꺼지면’은 이렇게 흘러간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는 ‘우정’과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개구리를 찾아 떠난 해치의 동선을 따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이모저모도 엿볼 수 있다.
창덕궁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세련된 건축술을 자랑하는 궁궐이다.
책은 돈화문과 진선문, 그 사이에 놓인 금천교. 왕과 신하들이 머리를 맞대 나랏일을 의논하던 선정전, 어린 세자가 글을 익히고 마음을 바루던 성정각, 연꽃이 흐드러진 부용지 등 창덕궁을 조명한다.
최정혜 작가가 처음으로 쓰고 그린 책이다. 작가는 창덕궁을 거닐며 품었던 감정과 상상을 섬세한 붓질로 구현해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