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현실로 구현하는 핵심 역할

의사소통·신뢰·협업 능력 요구

현장 문제 분석해 제안하고

방향 제시할 수 있는 역량 필요

코칭·상향 피드백 등 제도 마련을

오성애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오성애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교감으로 첫 출근을 하던 날, 나를 반긴 건 환영 입간판이었지만 진짜 낯설고 막막했던 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물음이었다.”

교육청에서 장학사로 5년간 근무하다가 고등학교 교감으로 발령받았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출근했지만 곧 중간 리더로서의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초·중등교육법상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법규상 교감의 직무는 상당히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다. 또한 업무처리의 한계가 불명확하고 구체성이 부족하여 어디까지가 교감의 책임이고 권한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단지 교육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공공기관, 병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조직에서도 ‘중간 관리자’라는 자리에 놓인 사람들은 비슷한 딜레마를 겪을 것이다. 상사의 기대와 전략을 충족시켜야 하고, 팀원들의 고충과 성장을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 권한은 애매하지만 책임은 무거운, ‘낀 리더’의 고충은 보편적인 조직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John C. Maxwell)은 ‘360도 리더’에서 중간 리더는 상사(위), 동료(옆), 부하직원(아래) 모두에게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더십은 직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에서 나온다고 보았고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최고 리더가 방향을 제시하고 전략을 수립한다면 중간 리더는 그 전략을 현실로 구현하고 조직의 구성원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연결자이자 윤활유와 같은 존재다.

중간 리더는 세 방향에서 리더십을 동시에 발휘해야 한다. 첫째, 상사에게는 정확한 상황 판단과 전략 제안을 통해 의사결정을 돕는 상향 리더십이 필요하다. 상사의 눈과 귀가 되어 조직이 현실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동료와 수평적 협업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팀간 벽을 허물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유연함과 민감성을 갖춰야 한다. 셋째, 팀원에게는 자율성과 책임을 북돋우는 하향 리더십이 요구된다. 단순한 지시와 통제가 아닌, 코칭과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삼중의 리더십 수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중간 리더는 종종 상사로부터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팀원에게서는 ‘지나치게 위만 본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기 쉽다. 이뿐만 아니라 최고 리더와 가치관이 다르거나 중간에 묻혀 존재감이 없을 때, 모든 권한을 가진 것 같으면서 동시에 아무런 권한도 없는 것 같은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을 때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간 리더의 리더십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첫째, 상사와의 전략적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 보고를 넘어 현장의 문제를 분석해 제안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넓은 시야와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하다. 둘째, 동료와의 협업 능력을 갖춰야 한다. 조직은 수평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으며 부서간 협력과 조율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감성지능(EQ)이 중간 리더의 핵심 자산이 된다. 셋째, 팀원과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구성원을 지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경청과 피드백 중심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이끄는 힘은 단지 최고 리더의 비전만이 아니라 이를 실행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중간 리더의 실천적 리더십에서 나온다. 따라서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간 리더십 코칭, 상향 피드백 제도, 협업 프로젝트에서의 실질적인 권한 부여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체계적 지원과 역량 함양을 통해 중간 리더는 단순한 관리자나 실무자가 아니라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조직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힘.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키워야 할 리더는 바로 그들이다.

/오성애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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