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김희연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인천 연수구 동춘동은 내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낸 동네다. 5살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 살았다. 동춘동 한양2차아파트는 당시 새 아파트이자, 낡은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부모님이 처음으로 장만한 보금자리였다. 동춘동이 ‘인천 교육1번지’를 목표로 조성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994년 준공한 한양2차아파트를 비롯해 신축 주거 단지와 학교가 대거 들어온 덕분에 어딜 가도 또래 친구와 젊은 부부가 많았다.

그러다 최근 동춘동을 비롯해 연수구 구도심을 간 적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인천 10대 공약’ 점검 취재를 위해서였다. 취재하는 동안 어린 시절 뛰놀았던 공간들도 들렀는데, 상가도 아파트도 많이 낡은 모습이었다. 어느새 동춘동 일대는 인천 5개 노후계획도시 중 하나인 ‘연수지구’에 포함됐다. 인천에 대규모 주택단지 등 택지 조성이 끝난 지 20년이 지나 재정비 계획 수립이 추진 중인 곳은 연수지구를 포함해 총 5곳이다.

최근 인천시는 연수, 구월, 계산, 갈산·부평·부개, 만수1·2·3지구에 각 지역 특성을 담은 재정비 방안을 수립했다. 지난 수 십년간 도시 성장을 견인해온 ‘옛 도심’들이 다시 중심지로 거듭나도록 기반시설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도시 기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내놨다. 연수구에는 수인분당선 중심의 고용산업축이 조성되고 남동구에는 교통·상업·문화시설과 연계한 특화 개발이 추진되는 등 새로운 미래도시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인천시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사업은 신성장 산업과 연계해 도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단순한 재개발·재건축을 넘어 한 동네를 지역 정체성과 역사가 담긴 공간으로 재생하고 주민 삶의 질과 공동체를 복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인천시의 구상이 계획에 그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실행되도록 정부와 지자체, 시민 모두가 협력해야 할 때다. 인천이 노후계획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희연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