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객실내부 ‘찜통’ 곤혹

20년 넘게 새 객차 없어 노후화

한국철도공사 “상황 맞게 온도 조정중”

서민 열차 역할을 톡톡히 한 무궁화호가 찜통 열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인일보DB
서민 열차 역할을 톡톡히 한 무궁화호가 찜통 열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인일보DB

수원시에 사는 이모(29)씨는 매주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무궁화호를 탈 때마다 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열차 객실 내부가 찜통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객실 곳곳에서 덥다는 승객들의 원성이 들리자, 철도 승무원들은 “에어컨을 최대 세기로 가동 중”이라면서도 “에어컨 연식이 오래돼다 보니 바람 세기가 약한 편이다. 사업소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 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더위를 참은 채 몇 시간을 가야 하니까 멀미가 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지난 수십 년간 ‘서민 열차’ 역할을 톡톡히 한 무궁화호가 최근 승객들로부터 ‘찜통 열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우등형 전동열차로 분류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무궁화호는 기본요금 2천600원으로 산간벽지까지 노선을 운행하는 특성상 소시민들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국토교통부 철도산업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한달 간 무궁화호가 수송한 인원은 약 252만1천223명에 달한다.

하지만 열차들의 연식이 오래되면서 최근 승객들에게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여름철 날씨가 더워지는 가운데 냉방 장치마저 부실하게 작동해 불쾌감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퇴근길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또 다른 이모(30)씨도 매일 더위와 씨름을 벌이고 있다. 이 씨는 “무궁화호는 객실 통로를 채운 입석 승객도 많아서 다른 기차보다 실내 온도가 잘 오른다”며 “입석 칸인 4호차에는 벽걸이 에어컨도 따로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름 더위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열차의 노후화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공사가 마지막으로 무궁화호 신규 객차를 도입한 것은 2003년이다. 이후에는 객차를 들이지 않고 있어 열차 상당수가 낡은 편이다.

다만 한국철도공사 측은 차량 내부가 덥다는 민원은 열차 노후화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열차 내부 온도와 관련된 민원은 다양한 내용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열차 관계자가 상황에 맞게 온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