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중단 사태, 반민주세력 척결

내란 세력 처벌·기득권 해체 시작

사라진 공동체 정신·사회 규범 복원

개인 실존적 내면 성찰 찾을 수 없어

입시 개선·중고등 교육 정상화 구축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지루한 탄핵 과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일상의 삶을 되찾았다. 이제는 차분히 이 불안했던 시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땅에 다시는 반민주적 헌정 중단 사태는 없어야 한다. 이 시간을 반성하는 것은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계엄 그 자체를 단죄하는 것은 망상에 빠진 전직 대통령과 그 측근의 악의적 행태에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우리 사회의 권력을 장악한 이들이 얼마나 반공동체적이며 반민주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움켜쥔 한 줌의 기득권과 특권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반인륜적 행태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동조하는 이들의 생각 없음 역시 우리 사회의 커다란 위험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맹목과 허상에 빠진 행태가 극대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는 것은 곧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규범과 정치철학을 회복하는 길이며, 새롭게 출발한 정부의 본질적 과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반민주세력을 척결하는 일이다. 정치적 맥락에서의 처벌과 함께 법적이며 심지어 도덕적인 면에서의 단죄가 필요하다. 내란에 은연중 동조했던 일부 언론과 기독교를 사칭하는 반교회적 극우 교회집단에 대한 상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이들이 부추기는 내란은 민주 공화국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후퇴시킨다. 최근 발간된 ‘내전, 대중혐오, 법치’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일부 과두 지배자들이 국가 체제를 파괴하고 자본의 논리를 확대하기 위해 내부의 적을 상정한 뒤, 이들과의 분열과 대결을 부추기는 것을 내전이라 부른다. 이는 서구 사회의 분석이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이 문제는 직접적으로 사회개혁과 연결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내란 세력이 고수하려 했던 기득권을 해체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내란 세력에 대한 처벌과 사회개혁은 거울의 양면이다. 극우 기독교 집단에 대한 정당한 과세, 일부 언론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물론,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다양한 특권을 해소하지 않은 사회개혁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가 과잉으로 작동하는 체제에서 내전을 우려하는 까닭은 이것이 사회 내부의 분열과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민생경제 회복과 양극화 해소, 노동 문제 해결의 단초가 기득권 구조 해체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는 차별 금지와 함께 각종 사회적인 불평등 구조 해소의 핵심적 요소이다.

세 번째 과제는 사라진 공동체 정신과 사회 규범을 복원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 성공과 민주화를 달성했을지 모르지만 그 뒤를 이어 이 사회가 지향해야할 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공동선과 공공성에 대한 이해, 사회적 규범, 타자와 함께 살아가야할 사회 윤리적 규범이 절실하다. 이 과제는 근대 자유주의와의 대결과 함께 최소 정의 문제로 연결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 최소 규범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작업은 교육 체계를 복원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문제는 고질적인 입시제도 개선 및 중·고등 교육 정상화와 밀접히 연관된다. 중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공동체적 규범과 개인의 실존적 내면을 성찰하는 교육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산업화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능력만을 강조했다. 그 문제가 지금 살인적인 입시체제와 경쟁 교육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극복한 뒤에야 미래 지향적 교육체계의 싹이 틀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고등교육 체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정상적인 중등교육은 불가능하다.

그와 연관지어 전 국민에 대한 평생교육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 체제를 개선할 때 유휴 자원을 국민평생교육체제로 전환할 여력이 충분하다. 총체적으로 교육체제를 개편하고, 미래지향적 교육을 정초해야 한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기득권 체제 해체 및 사회 구조 개혁과 연관될 뿐 아니라, 근원적으로는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 건설의 토대가 된다. 사회 윤리적 규범과 최소정의를 위한 교육과 지향 없이 개혁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내란 사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길은 이런 과제 달성에 좌우된다.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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