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내 한 SKT 직영점 매장에 유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2025.5.14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수원시내 한 SKT 직영점 매장에 유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2025.5.14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올해 4월 발생한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정부는 이 사건을 기업의 과실에 의한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민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SK텔레콤 측이 지난 2021년부터 해커의 공격을 받았으며, 2022년 자체 조사로 침해 사실을 발견했으나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커의 공격으로 인한 서버의 비정상적인 흐름을 감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신고도 하지 않아 정부 차원의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번 사태에서 SK텔레콤의 과실이 발견된 점, SK텔레콤이 계약상 주된 의무인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약관상 회사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은 “계약 해지 과정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로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자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약 해지 위약금 면제 등 1조원대 고객 보상과 정보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용자의 다음 달 통신 요금도 반값으로 할인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의 이러한 대책은 누가 보아도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를 보다 이뤄진 조치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내놓은 보상대책도 허점 투성이다. 약정 해지 시 위약금은 면제되나 단말기 할부금은 면제 대상이 아니어서 소비자의 실질적 부담은 여전하다.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결합상품 이용자는 보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사태가 발생한 4월 18일 이전 약정 고객 중 7월 14일까지 해지한 경우만 해당된다. 이후 해지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통신 대기업이다. 하지만 사태 당시는 물론 그 이전과 이후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훼손됐고, 불신은 이미 통신업계 전반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신뢰 회복을 위해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보상 대책과 함께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통신 인프라의 보안 대책 강구에 기업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신뢰와 안전의 가치를 기업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