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무봉산서 생태모니터링
경기도-현대차 남양硏 공동 진행
아이·성인 등 18명 조사원 참여
채집 생물 ‘루카 앱’ 통해 공유도

지난 4일 오후 1시 화성시 무봉산자연휴양림 산림자원체험관 1층. 옅은 연두색 등산 조끼를 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파란색 도마뱀 배지가 달린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채, 잠자리채와 쌍안경을 들고 있던 이들은 ‘경기생물다양성탐사’에 참가한 1일 생태계 조사원들이었다.
경기생물다양성탐사는 식물·곤충·조류 등 각종 생물종을 직접 조사하고 기록하는 시민 참여형 생태모니터링 프로그램이다.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가장 많은 조사원이 참여한 곤충 분야 탐사를 약 2시간 동행했다. 수도권 전역에 ‘러브버그’ 떼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곤충 발생에 대한 민원과 관심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와중에, 이날 곤충 분야 탐사엔 18명이 참여했다. 곤충 전문가인 김도성 박사가 함께했다.
체감온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조사원들은 지치는 기색 없이 곤충 채집에 매진했다. 한 손에는 잠자리채를, 다른 손에는 채집통을 들고 나비·무당벌레·하늘소 등 다양한 곤충을 찾아 정신없이 무봉산을 누볐다. 맨손으로 메뚜기와 여치 등을 잡으려는 겁 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곤충의 이름과 특성을 줄줄이 말하며 ‘아기 박사’로 불린 김은호(8)군은 “5살 때부터 곤충을 좋아해서 곤충 크리에이터 영상을 자주 봤다”며 “(무봉산은) 곤충이 많아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곤충은 잠자리였다. 잠자리가 나타나자 조사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잠자리다”라고 외치며 쫓아다녔다.
시간이 갈수록 조사원들의 채집통엔 다양한 곤충들이 채워졌다. 때로는 갈색날개매미충 유충과 같은 생태계 교란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 때마다 김도성 박사가 꼼꼼히 설명을 이어갔다.
곤충 채집에 푹 빠진 이들은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아들 김서현(7) 군과 함께 참여한 준호(40)씨는 “아이와 함께 참여했는데 평소에 못 하던 활동을 하니 어릴 적 생각도 나고 못 보던 곤충도 볼 수 있어 재밌었다”고 말했다. 부천대학교 유아교육과는 10여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탐사에 참여했다. 3학년 김지현(22)씨는 “곤충을 무서워했는데 이렇게 와서 다양한 종류를 보니 나름 곤충이 가지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 오늘 탐사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 판교의 한 작은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는 염정희(50대)씨는 “직접 곤충을 잡아보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한편 ‘경기생물다양성탐사’를 통해 채집된 생물들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의 시민참여형 생물다양성 탐사 어플 ‘루카’를 통해 공유된다. 각 정보는 지역 내 생물종 기초 데이터 수집과 생물다양성 인식 증진에 이용된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